탄핵 요건 논란·김도읍 반대·헌재 재판관 교체…'3개의 벽'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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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장관 탄핵안 가결“우리는 본회의와 법제사법위원장, 헌법재판소 인용이라는 3개의 높고 단단한 벽을 넘어야 한다.”
(1) 정말 위법일까
재난 대처 과정 문제 삼았지만
野서도 "명확히 드러난 것 없어"
(2) 與 법사위원장의 협조
비협조 땐 절차 시작도 못해
"金 위원장 선의에 심판 달려"
(3) 공 넘겨받은 헌재의 선택
연내 재판관 2인·헌재소장 교체
구성원 성향따라 '기각' 가능성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을 처리하기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탄핵안의 국회 통과는 실제 이 장관의 탄핵까지 넘어야 할 여러 난관 중 하나를 지난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당장 탄핵 성립 여부를 놓고 법조계에서도 반론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이후 탄핵 추진을 위한 국회 소추위원단 구성은 여당 의원의 손에 달렸다. 탄핵안을 최종 심의하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도 관심이다.
(1) 탄핵 요건에 해당하나
법률적인 측면에서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은 이 장관이 행안부 수장으로서 ‘이태원 참사’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헌법 및 기타 법률을 위반했는지에 있다. 민주당은 이 장관이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전 재난 예방 조처를 하지 않고, 참사를 인지한 뒤에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늦게 가동하고 수습 본부는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반론도 만만치 않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과 소방청에 대한 지휘권이 없어 관련 법 위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탄핵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중대하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 혐의는 없지 않나”라며 “탄핵안이 인용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의원들은 헌법 공부를 제대로 안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2) 여당 의원에 달린 탄핵 절차
이후 국회 내 추가 절차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여당 의원에게 달렸다는 점도 문제다. 탄핵안이 처리되면 국회법상 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으로서 소추위원단과 대리인단을 꾸리고, 탄핵 심판에서 국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현재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중진인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다. 과거 세 차례 있었던 탄핵 심판(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임성근 전 판사) 당시와 비교해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이 소추위원을 맡은 최초 사례다.야당 내부에서는 김 의원이 탄핵 심판 절차에 비협조적으로 나서면 헌재의 인용을 받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 전체가 김 의원의 선의에 탄핵 심판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김 의원이 헌재에 탄핵안 원본을 제출하지 않으면 심판 절차 자체가 시작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 장관이 대한민국 국무위원으로서 탄핵당할 정도로 법 위반 사유가 있는지 보겠다”고 밝혔다.(3) 헌재 구성 변화, 어떤 영향 줄까
우여곡절 끝에 탄핵안이 헌재로 넘어가면 재판관 9명의 구성이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재판관 두 명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다. 이선애 재판관이 다음달 28일, 이석태 재판관은 4월에 퇴임한다. 후임 재판관의 임명권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이들 재판관이 모두 교체된 뒤 탄핵 심판이 열리면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신임 재판관 임명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므로 시점을 장담하기 어렵다. 임명이 미뤄져 재판관 7명이 사건을 심리하게 되면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질 수 있어 조건이 까다롭다. 정해진 심판 기간(180일)을 초과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헌재 심판 결과도 결과지만 판결 시점에 따라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범진/이유정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