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LH, 집값 폭등기 기존주택 매입에 5조8천억 지출"

"수유동 1채 살 돈으로 세곡동 2채 지어…혈세 낭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6년부터 5년 동안 공공주택 건설비용보다 많게는 배로 비싼 수도권 주택을 매입하는 데 5조8천억원을 썼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6∼2020년 LH의 기존주택 매입사업 자료 등을 토대로 이같은 내용의 'LH 매입임대 현황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매입임대주택은 도심에 사는 최저 소득계층이 현 생활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기존 다가구주택 등을 매입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제도다.

경실련 조사 결과 매입임대주택 평균 수준인 59㎡ 주택 한 채를 매입하는 데 든 평균 비용은 아파트 4억4천만원, 다세대주택 3억8천만원이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세곡 2-1단지 한 채 기준 건설원가 2억6천만원과 비교하면 아파트 1억8천만원, 다세대주택은 1억2천만원 비싸다.

LH가 지난해 12월 사들인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전용면적 ㎡당 매입가격은 920만원으로, 세곡 2-1단지 ㎡당 건설원가 436만원의 배를 웃돌았다.

경실련은 "SH의 공공주택 건설로 더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이 가능하지만 정부는 기존주택 매입임대 사업을 주장하고 공공주택 공급 대책은 제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LH는 2016년 2천318호(3천700억원), 2019년 9천214호(2조1천691억원), 2020년 6천838호(1조7천438억원) 등 매입임대를 늘렸다.

5년간 매입금액이 5배 증가하는 사이 매입호수는 3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실련은 "매입금액보다 매입호수가 적은 이유는 호당 가격이 1억6천만원에서 최대 2억8천만원까지 상승한 영향이 크다"며 "집값 폭등 시기에 LH가 매입임대를 급격히 늘린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매입이자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공공주택 건설은 손놓고, 비싼 매입가격을 유지하면서 민간주택을 사들이는 것은 건설사의 이익을 챙겨줄 뿐만 아니라 가격거품을 떠받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공공주택 신축 공급이 어려울 경우 건설원가를 반영한 감정평가를 기준으로 기존주택을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분석 결과 5년간 매입한 기존주택 평균가격은 2억4천만원, 호당 공시가격은 1억7천만원이다.

경실련은 "시세반영률이 2018년 68.1%, 2020년 69%로 LH가 공시가격보다 비싼 시세대로 지불하고 주택을 매입했다는 사실이 재확인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매입가격 기준을 개선하고 기존의 매입 가격·방법은 철저히 감사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