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 칸타빌' 사들인 LH, 그 돈이면 세곡 아파트 두 번 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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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LH 매입임대주택 분석 결과 발표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이는데 지나치게 많은 돈을 썼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세 아닌 건설원가 반영해 매입가 정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일 서울·경기 지역 LH 매입임대주택 2만6188가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매입임대주택은 기존 다가구주택 등을 사들여 최저 소득계층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제도다.이 자리에서는 고가 매입 논란이 일었던 LH의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매입이 도마 위에 올랐다. LH는 칸타빌 수유팰리스 36가구를 79억4850만원에 사들였다. 전용 19~24㎡ 소형 면적 1가구당 2억2000만원 내외를 주고 샀는데, 전용면적 ㎡당 920만원꼴이다.
경실련은 가격 비교 대상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세곡 2-1단지'를 제시했다. 이 아파트 건설 원가는 전용면적 ㎡당 436만원이다.
경실련은 세곡 2-1의 건설 원가를 적용할 때 전용 24㎡ 아파트 36가구를 짓는 데 37억6353만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정택수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은 "수유팰리스를 산 돈이면 세곡 2-1 아파트를 두 번 짓고도 남는다"며 "수유팰리스를 사들이는 대신 공공주택을 직접 지었다면 세금 41억8597만원을 아끼거나 더 많은 공공주택을 지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전 임대주택 매입 비용도 과도하게 높다는 것이 경실련의 지적이다. LH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서울·경기 지역에서 임대주택을 사들이는데 5조8038억원을 사용했다.
이 기간 매입 비용은 점차 늘었지만, 매입 가구는 줄었다. LH는 2016년 3700억원을 들여 2318가구를 사들였는데, 2020년에는 1조7438억원을 써서 6838가구를 사는 데 그쳤다. 매입 가격은 4.7배 늘었지만, 가구 수는 2.9배만 늘었다.
5년간 가구당 평균 매입 가격은 2억4000만원이었다. 가구당 공시가격은 1억7000만원이었고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은 69%다.경실련은 "LH가 공시가격보다 비싼 시세대로 지불하고 주택을 사들인 사실이 재확인됐다"며 "집값 폭등 시기 매입임대를 급격히 늘린 것은 혈세 낭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임대주택 매입은 건설 원가를 반영한 감정평가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매입가격 기준을 개선하고 기존의 매입 가격·방법은 철저히 감사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