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물질, 10대 청소년 혈압에도 부정적 영향"

英 연구팀 "NO₂ 노출시 혈압↓…PM2.5 노출시 혈압↑"

대기 오염 물질인 이산화질소(NO₂)와 초미세먼지(PM2.5)가 10대 청소년 혈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CNN 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KCL) 시로마니 하딩 교수팀은 이날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서 런던에 사는 11~16세 청소년 3천284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물질과 혈압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NO₂와 PM2.5가 혈압을 낮추거나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높은 수준의 NO₂에 노출되면 혈압이 낮아지고 PM2.5에 노출되면 혈압이 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 영향이 상당히 큰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오염 노출과 혈압 간의 이런 연관성은 청소년의 신체 크기나 사회경제적 지위, 인종 등과 관계없이 일관성 있게 나타났다. CNN은 그동안 대기오염과 혈압의 연관성 연구는 대부분 성인에 집중돼왔고 어린이에게도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일부 연구 결과도 있었으나 10대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저혈압은 일반적으로 혼란, 피로, 시야 흐림, 현기증 같은 즉각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청소년기 고혈압은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위험을 증가시키는 등 평생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조기 사망의 주요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이산화질소는 주로 내연기관 차량에서 연소 부산물로 생기며, 사람의 호흡 능력을 훼손할 수 있고 기도에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기가 머리카락 두께의 20분의 1 정도인 초미세먼지는 산불이나 장작 난로, 발전소 등은 물론 교통·건설 현장 등에서도 발생하며, 폐나 혈액 속으로 침투해 자극과 염증을 유발하는 등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분석에서는 오염물질 노출과 청소년 혈압 변화 간 연관성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성별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여성 청소년 30%는 운동량이 매우 적었다며 운동량이 혈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 연구 결과로는 오염물질 노출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혈압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기오염 노출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염증과 세포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전 연구 결과가 있으며, PM2.5 노출이 생체주기에 미치는 영향이 혈압 변화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하딩 교수는 "대기오염도가 높은 런던에 사는 18세 이하 청소년이 100만 명이 넘는 점을 고려할 때 오염물질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 심층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파나기스 갈리아차토스 존스홉킨스의대 교수는 "이런 연구는 오염물질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가설을 세우는 데 중요하다"며 "오염물질들이 심혈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