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노사정 대화 거부하는 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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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경사노위 참여 안해“장외투쟁을 할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경사노위에 참여해 노동개혁 논의를 함께해달라.”
노동개혁 함께 머리 맞대야
곽용희 경제부 기자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9일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대정부 ‘생방송 공개토론’ 요구에 대해 “경사노위는 20년 넘게 민주노총의 자리를 비워놓고 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양 위원장은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노동개혁을 ‘개악’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동개혁과 관련해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노동개혁은 노동계의 반대와 논의 불참으로 노사 당사자 대신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위원회·자문단이 논의의 중심이 되고 있다. 노사정 대화를 주관하는 경사노위조차 지난 8일부터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 자문단’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 등 전문가 위원회를 연이어 발족했다. 올해 추가로 출범하는 ‘공무원·교원 근무시간면제심의위’ 등도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1999년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를 탈퇴하고 현재까지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다. 친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민주노총 출신인 문성현 경사노위원장을 임명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문 위원장 재임 5년간 도출한 노사정 합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노사정 대화 무용론, 경사노위 폐지론까지 등장했다.
노동계로선 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직무급제 도입,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원·하청상생협의체 등 사회적 공감대를 이룬 의제 등에 대해서도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경사노위도 일방향 개혁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경사노위 제도·관행 개선 자문단 회의에서 자문단장인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경영계가 책임을 다해야 노조에 상생 노력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자문위원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문단은 비정규직·미조직 근로자 지원 방안 등도 정부에 제언할 방침이다.
노사 어느 한쪽이 소외된 채 TV를 통해서나 토론을 지켜보는 식의 노동개혁 논의는 곤란하다. 경사노위에서 다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생방송 카메라에 찍혀야 할 건 노사정 대표자들이 경사노위 테이블에서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