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CEO 선임 백지화…공개 경쟁으로 원점서 재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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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분산기업 '셀프연임' 논란에‘구현모 대표(사진) 연임 철회’ 압박을 받고 있는 KT 이사회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재시작하기로 했다. 3월 10일까지 새 CEO 후보를 확정해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사회, 내달 10일까지 후보 확정
KT 이사회는 9일 차기 KT CEO 선임을 공개경쟁 방식으로 다시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사회적인 요구를 반영해 공정성·투명성·객관성을 강화해 대표이사 후보를 심사하겠다”고 설명했다.2002년 민영화된 KT는 국민연금(10.35%) 신한은행(5.58%) 실체스터인터내셔널(5.07%) 현대자동차(4.61%) 현대모비스(3.1%) 등이 소유하고 있는 이른바 ‘소유 분산 기업’이다. 구 대표는 전임 황창규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다가 2020년 KT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다음달 말까지다.
KT는 차기 CEO 선정에 앞서 기존 CEO의 연임이 적격한지 여부를 심사했다. 작년 11월 8일 연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구 대표는 이사회로부터 연임 적격으로 판단 받아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변수가 생긴 것은 국민연금과 윤석열 대통령 등이 잇달아 ‘셀프 연임’을 비판하면서다. 작년 12월 중순 구 대표는 스스로 복수 후보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사회는 10여 명의 후보를 추가로 검토한 뒤 구 대표를 다시 낙점했다. 그러나 후보군이 공개되지 않았고 시간이 촉박해 ‘요식행위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구 대표는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지난 1월 초에도 이사회에 공개경쟁을 제안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밀실에서 짜고 치는 방식으로 차기 대표가 됐다는 말을 들으며 떳떳하게 경영하긴 어렵다”는 취지로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KT 이사회는 3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CEO를 확정하기 위해 같은 달 10일 전에 후보를 확정 짓기로 했다. KT 이사회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인선 자문단을 운영해 사내외 후보를 검증하고, 사내 이사진은 대표이사 후보 심사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다.
구 대표는 경쟁 후보 중 한 명으로 다시 한번 연임을 시도하지만,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면 경선 과정에서 낙마할 수도 있다. 구 대표는 “경쟁에서 더 훌륭한 후보가 나온다면 그것도 KT를 위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KT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69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늘어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작년 매출은 25조6500억원으로 3.0% 증가했고, 순이익은 1조3877억원으로 4.9% 감소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