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SM엔터 인수전 참여…이수만 지분 등 공개매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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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업계 역대급 '대전'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공개매수를 통해 단일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전량(18.46%)과 소액주주 지분을 함께 인수해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총괄에게 등을 돌린 경영진과 손잡은 카카오가 공개매수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지형을 바꿀 역대급 경영권 전쟁이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브 "매수 가격 조율 중"
카카오도 '맞불' 놓을 가능성
▶본지 2월 9일자 A19면 참조하이브는 9일 “SM엔터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 등 지분 인수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하이브는 인수 금융 주선을 맡은 국내 대형 증권사와 공개매수 가격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SM엔터 주가는 0.2% 하락한 주당 9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서는 30.98% 급등했다.
하이브가 SM엔터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창업자인 이 총괄이 경영진과 갈등을 빚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잃은 이 총괄이 자신의 지분을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할 협상 파트너로 하이브를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을 감지한 SM엔터 경영진은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어렵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증자를 완료하면 카카오가 SM엔터 지분 9.05%를 확보한다.
이 총괄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신주 발행은 위법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선언하면 카카오도 단가를 높여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를 포함한 소액주주들은 양측 사이에서 실익을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이 관건…'실탄 1조' 카카오 대응도 주목
하이브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SM엔터 지분을 시장에 처음 내놓은 2020년부터 SM엔터의 경영권 인수를 시도해왔다. 소녀시대 에스파 샤이니 등 SM엔터 아티스트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군 입대를 앞둔 방탄소년단(BTS)의 공백을 메우고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하지만 이 총괄은 후발 주자이자 경쟁사인 하이브에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없어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 총괄은 CJ, 카카오 등과 지분 매각 협상을 계속했지만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상황이 바뀐 건 SM엔터 경영진과 이사회가 이 총괄에게 반기를 들면서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이사회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 계획을 내놓자 얼라인 측이 요구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받아들이고 이 총괄이 독점하던 프로듀싱을 멀티 프로듀싱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현 경영진이 카카오까지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이 총괄의 상황은 더욱 급해졌다.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없는 소액주주로 남을 경우 지분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이 총괄이 먼저 하이브에 협상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하이브는 9일 “공개매수 등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성공의 관건인 매입 단가를 확정짓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 총괄과 소액주주를 모두 만족시키려면 상당한 프리미엄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자금력도 하이브로서는 변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충분한 실탄을 갖추고 있다.
이 총괄이 제기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관건이다. 다음달 초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카카오의 투자가 무산되면 하이브 승리로 무게가 기울 가능성이 크다. 이날 하이브 주가는 0.35% 오른 주당 19만8300원에 장을 마쳤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