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님 고맙습니다"…주주환원책 꺼내든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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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배당 확대로 주주가치 높이기 '앞장'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 기업들이 앞다퉈 통 큰 주주환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회사를 믿고 투자해 준 많은 주주들과 성과를 공유하고 저평가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증권가에서도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과 주주 친화적 움직임이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ESG 트렌드 발맞춰 적극 주주환원
증권가 "주가 재평가 요인"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을 비롯해 일부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을 시행하며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섰다. 호실적으로 얻은 성과를 주주와 함께 나누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특히 지난해 금리 상승으로 예대마진이 늘어난 금융그룹들은 배당·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로 "주주가치 높여라"
KB금융지주는 2022년도 현금배당성향을 2021년과 같은 26%로 결정하고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총 주주환원율은 33%(현금배당성향 26%+자사주 3000억원 매입)로 2021년보다 7%포인트 높아졌다.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총주주환원율을 30%로 각각 전년보다 4%포인트, 4.6%포인트씩 늘렸다. 신한금융 배당성향은 26%에서 22.8%로 낮아졌지만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상·하반기 각각 1500억원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결정했다. 우리금융은 총주주환원율을 고려한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금융환경 변화 등에 대비해 현 보통주 자본비율을 최대한 조기에 12%로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총주주환원율 30% 수준을 매년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올해 처음으로 분기배당도 실시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작년 배당 성향을 27%로 결정하고 연내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장기 주주환원율 목표를 50%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들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크래프톤은 2025년까지 자기주식을 취득하고 일부 소각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올해 취득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하고 2024~2025년 취득한 수량 중 최소 60% 이상을 소각할 예정이다. 주주 환원은 전년도 ‘잉여현금흐름(FCF)’에서 투자 금액을 제외한 금액의 40% 한도 내에서 시행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이달 3일 발행주식 수 1%에 해당하는 3154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기아는 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16.7% 높인 3500원으로 책정해 주주가치를 높이고 이익을 환원하기로 했다. 또 향후 5년간 최대 2조5000억원 규모로 중장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자사주 매입분의 50%를 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여 나갈 방침이다.
ESG 트렌드 발맞춰 주주 환원 앞장…"주가 재평가 요인"
장사들이 적극적으로 주주친화정책을 펴는 이유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실제 주주 환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KB증권에 따르면 2010∼2020년 10년 평균 총주주환원율은 한국이 28%로 중국(31%)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주주환원율은 순이익에서 배당금 총액, 자사주 매입금 등 주주환원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반면 미국과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의 총주주환원율은 각각 89%, 68%였다.특히 자사주 소각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보다 더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발행 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를 높이기 때문이다. EPS가 높아진만큼 주가가 오르게 된다.
우리나라 지배구조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배당보다 주가 부양 효과가 큰 주주환원정책으로 보고 적극 활용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명확한 주주환원 기준이 제시된 점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주가 재평가 요인이며 긍정적인 방향성을 가지기 때문이다.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지수 상단 제한 및 매크로 불확실성으로 인한 낙폭과대 순환매 장세가 유효하기 때문에 배당, 자사주 매입, 저밸류에이션 매력을 보유한 주주환원은 명확한 투자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