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행 비행기 띄운다" 소문에…아프간서 벌어진 '탈출 러시'

카불 공항에 배치된 탈레반 특수정예 부대 바드리. 사진=AFP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할 때 '탈출 러시'가 펼쳐졌던 카불 국제공항에서 비슷한 장면이 다시 연출됐다. 최근 강진이 발생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탈레반 정권이 구호 비행기를 띄운다는 소문이 돌자 아프간을 떠나길 원하는 주민들이 공항으로 대거 몰리면서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 카불 국제공항에는 수천명의 아프간 주민이 몰려들었다. 주민 해산을 위해 공항 치안 병력이 쏜 공포탄에 일부 주민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이 공항으로 몰려든 건 최근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로 자원 봉사자 등을 태운 구호 비행기가 떠난다는 소문이 나면서다. 앞서 탈레반 정부는 1500만 아프가니(약 2억1000만원)에 달하는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구호 비행기를 띄운다는 것으로 받아들인 주민들이 아프간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공항으로 달려간 것이다.

결국 밤 10시께 자비훌라 무자히드 아프간 정부 대변인이 "튀르키예행 특별 비행기 관련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트윗을 올리면서 해프닝은 종결됐다. 탈레반 통치 아래 아프간 주민들의 고달픈 삶을 보여준 해프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공항 근처에서 3시간을 기다린 한 아프간 주민은 AP통신에 "구호 비행기를 타고 튀르키예로 가면 아프간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카불 공항에서 주민들의 탈출 러시가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8월에도 있었다. 당시 예상보다 빨리 카불이 탈레반에 의해 장악되자 외국인과 주민들의 출국 수요가 공항에 몰리면서 대혼란의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