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진출 고민하던 한컴, 'SW 기술수출 전략'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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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K 글로벌 사업 본격화한컴이 이달부터 한컴오피스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본격화한다. 국내에서 유명한 ‘한컴오피스’ 등 개별 소프트웨어 완성품 대신 소프트웨어 뼈대 격인 SDK를 기능별로 나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자동차업계로 치면 완성차기업이 글로벌 사업에 대해선 부품 업체로 전환하는 셈이다.
"개별 소프트웨어 수출보다 비용·시간 효율 커"
"현지 사정에 밝은 각국 기업과 협업할 것"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한컴은 오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해외 기업들과 SDK 협업을 논의할 예정이다. 2021년 11월 김연수 대표가 한컴 기술을 SDK 형태로 만들어 글로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지 약 1년 반 만이다. SDK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쓰이는 기반 도구 모음을 뜻한다.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비롯해 각종 샘플 코드, 서비스 함수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한컴이 외국 기업에 SDK를 제공하면 한컴오피스 구조를 바탕으로 각국 업체가 현지 이용자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한컴오피스의 메모, 표, 맞춤법 검사 등 특정 기능만 떼어내 별도 소프트웨어나 애드온(확장) 서비스로 만들 수도 있다.
한컴이 SDK 사업을 키우기로 한 건 기존 한컴오피스 시리즈를 수출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침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컴 관계자는 “한컴오피스 등은 오랜 기간 국내 업무 환경에 적합하도록 수정에 수정을 거친 소프트웨어”라며 “해외 각국에 큰 투자를 벌여 이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보다 현지 특성을 잘 아는 그 나라 기업과 협업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DK가 확산되면 장기적으로는 한컴이 주도하는 업무용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키울 수도 있다. 외국 이용자들이 한컴의 프로그램 뼈대를 쓰면서 기본 인터페이스 등에 익숙해질 수 있어서다.
한컴은 동남아시아, 남미, 유럽 등을 주요 시장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한컴 관계자는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구글 워크스페이스 등 빅테크 기업의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주로 이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동남아, 남미 등은 이에 비해 각 기업들이 이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제각각이라 점유율을 빼앗아올 여지가 보다 큰 편”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