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 "최악의 지진'에 韓 지속적 도움 감사"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 인터뷰

"한국과 '형제의 국가'라는 것 체감…
도움의 손길 엄청난 의미 가져"

겨울 방한용 텐트부터 생필품, 자금 지원 절실
"희망은 언제나 있다"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사진=한국경제신문
“최악의 지진이 덮친 튀르키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을 맞은 일본 히로시마와 같은 상황입니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무랏 타메르 튀르키예 대사는 10일 서울 장충동 주한튀르키예대사관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원에 나선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깊이 감사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지난 6일 튀르키예에서는 전례 없는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튀르키예 동북부에 있는 에르진잔주의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서쪽으로 33㎞ 떨어진 내륙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다.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일어났다.

한 국가에서 여진이 아닌 두 번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발생한 지진의 규모가 워낙 컸기에 여진들의 규모도 6.7가량 됐다. 현재까지 총 200번의 크고 작은 여진들이 튀르키예에서 발생했다. 7200명이 부상 당했고 2만 채에 가까운 집이 무너졌다.

총 10개 주의 1350만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여진이 이어져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타메르 대사는 “남한 전체와 비슷한 면적이 이번 지진의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도움의 손길..."한국과 형제국가라는 것 체감했다"

사진=연합뉴스
도움의 손길은 세계 각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의 아다나공항에는 수도 이스탄불 못지 않게 구호물자를 싣은 많은 비행기가 착륙하고 이륙한다.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은 튀르키예 대사관을 찾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총 118명에 달하는 구조대를 파견했는데,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규모다. 시민들의 도움도 뜨겁다.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 도움 줄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이들도, 튀르키예 현지인들에게 도움 방법을 묻는 이들도 있었다. 타메르 대사는 “‘형제의 나라’라는 단어의 의미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며 “(한국의 도움이)튀르키예에 엄청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튀르키예는 한국과 1957년 수교를 맺었으며 6.25전쟁 당시 UN군 가운데 4번째로 많은 파병을 했다.


◆ "겨울용 방한텐트 등 지원 절실"

사진=주한튀르키예대사관
튀르키예 대사관은 9일 오로지 튀르키예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쓰이는 계좌를 개설했다. 튀르키예 대사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 병원, 학교 등을 짓는 등을 위해 쓰인다.

타메르 대사는 현지에서 가장 시급한 물품으로 ‘겨울용 방한텐트’을 꼽았다. 사방이 막혀있어 바람을 막고, 안에서 불을 켤 수 있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다.
사진=주한 튀르키예 대사관
그는 “집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추위와 배고픔으로 또다시 고통받고 있다”며 “방한텐트 지원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저귀와 생리대 등 생필품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다. 대사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려놓은 물류센터로 물품을 보내면 튀르키예항공을 통해 현지로 발송될 수 있다.

◆ 동일본 대지진 넘어선 규모에도, "희망 잃지 않을 것"

튀르키예는 인명구조의 골든타임(72시간)이 지났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타메르 대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도 희미해지는 ‘시간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면서도 “튀르키예 격언 중에 ‘신이 도와준다면 언제나 희망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이어 “무너진 집에서 사람들을 구출하고, 도시를 재건하는 등 아직 남아있는 일이 많다”며 “지속적인 도움의 손길이 재건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누적 사망자 수는 이날까지 2만명을 넘어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 수(1만8500명)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현지 전문가들은 최대 20만명의 시민이 여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인명 피해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