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아픈 마음 치료하는 의사 역…정작 제 마음이 힘들었죠"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에서 트라우마 있는 의원으로 열연
"멜로 연기로 기억해주셔서 감사…악역도 꼭 한 번 도전해보고파"
"다양한 사연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만나 치료하다 보니, 그들의 슬픔과 고통에 공감하게 되면서 정작 제 마음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
마음의 병을 앓았던 조선 시대 사람들이 각자의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tvN 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이 지난 9일 막을 내렸다.

조선의 '심의'(정신과 의사) 유세풍 역으로 주연한 배우 김민재는 10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심의를 연기하는 게 뿌듯하기도 했지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유세풍은 트라우마로 인해 침을 못 놓지만, 자신만의 특별한 해결법으로 상처받은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의원이다.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이유 모를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우울증, 화병,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을 진단하고, 힘든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양팔 걷고 나선다.

김민재는 "'나에게도 이런 의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유세풍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했다"며 "힘든 시대에 따뜻함을 불러일으킬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길었던 촬영 기간만큼 김민재에게 애착이 남다른 작품이라고 한다. 드라마는 지난해 8월 총 12부작으로 제작된 '파트1'을 먼저 방송하고, 바로 파트2 촬영에 돌입해 지난 1월 10부작짜리 '파트2'를 선보였다.
김민재는 "작년 1년 동안은 촬영 때문에 유세풍 그 자체로 살았다"며 "집에 있는 게 어색할 정도로 현대에서 시간을 보낸 기억이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이제 촬영도 끝났고, 방송도 끝났지만, 유세풍은 너무 배울 점이 많았던 캐릭터라서 제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다양한 현대적인 가치를 녹여낸 퓨전 사극이다.

과부라는 신분 때문에 손가락질받으며 괴로워하는 서은우(김향기 분)의 고뇌를 깊게 다뤄냈고, 다양한 등장인물의 사연을 통해 성별과 신분 등의 이유로 자유를 억압당했던 시대상을 조명했다.

김민재는 "고증 차원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많았지만, 드라마는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현시대의 메시지를 전할 때 뻔하지 않고 재밌다는 게 사극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저희 드라마도 이런 사극의 매력을 잘 살려낸 것 같아서 좋았어요.

"
2015년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로 데뷔한 김민재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016)에서 책임감 강하고 정의로운 간호사 박은탁 역을 맡아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시즌2(2020)에서는 배우 소주연이 연기한 전공의 4년차 윤아름과 로맨스 호흡을 맞추며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에서는 한층 더 감성적이고 잔잔한 멜로 연기를 선보였고,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에서 또 한 번 물오른 멜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김민재는 "사실 예전에 제게는 멜로가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였고, 세상에서 멜로 연기가 가장 어려웠던 적이 있었다"며 "시청자분들께서 저를 멜로 연기로 기억해주신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건 깊은 멜로지만, 그동안 주로 선한 역할만 해와서 악역도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악역을 하게 된다면 시청자분들께서 '와 이 사람 지금까지 착한 척 연기한 거였네?'라고 생각하실 만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