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아닌 필수가 된 '무인화'…횟집도 직원 없이 키오스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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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방·할인점포 이어 확산 추세이제 외식업에 ‘무인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손님·점주 모두 사람이 일할 때보다 불편하다는 한계가 있지만 텅 빈 매장을 점주가 언제까지 홀로 누빌 수도 없는 일이다. 직원이 아예 없는 100% 무인점포도 아이스크림 할인점, 빨래방 등에서 분식집과 횟집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사장 "고객 응대 스트레스 줄어"
손님 "싼 데다 직원 눈치 안 보여"
10일 찾은 서울 서교동 ‘7번방 룸포차’는 홍대 상권에서 ‘핫플’로 자리 잡은 무인 술집이다. 입구에 신분증을 맡기고 배정받은 방에 들어가면 이후엔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다.주문은 태블릿PC로 한다. 결제도 비대면으로 할 수 있다. 주문한 음식은 서빙 로봇 ‘고양이쿤’이 가지고 온다. 고양이처럼 생긴 로봇이 쉴 새 없이 복도를 오가며 방마다 음식을 나른다. 이 포차 관계자는 “술에 취해 흥분한 고객이 고양이 로봇을 보고 진정하는 사례도 있다”며 “고객 응대에 따르는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 상수동 무인 식당 ‘즉식’은 점심시간에 가볍게 끼니를 때우기 위해 찾은 ‘혼밥족’으로 붐볐다. 이곳에선 즉석 간편식품(HMR)을 무인으로 판매하고, 전자레인지 등 조리도구와 좌석을 제공한다. 이 매장을 찾은 김희원 씨(25)는 “가격도 싸고, 직원 눈치 보지 않아도 돼 좋다”고 말했다.
최근엔 신선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회를 파는 무인 횟집이 등장해 외식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냉장고에 있는 손질된 횟감을 골라 키오스크에서 결제하고 가져가는 방식이다. 필릿(fillet) 형태로 팔기 때문에 직접 썰어 먹어야 하는 게 단점이다. 그런데도 저렴해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이들에게 인기다.다만 무인점포 특성상 위생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건 약점으로 꼽힌다. 서울 시내에 있는 여러 무인점포를 둘러본 결과 테이블 위에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가 그대로 남아 있거나, 매장 구석에서 잠을 자는 취객도 있었다.
박종관/안정훈/최해련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