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뽑아도 힘들다며 바로 관둬…요리부터 서빙까지 혼자 합니다"

외식업계 현장 가보니

사람 못 구해 가게 문 닫을 판
파격 조건에도 지원자 없어
일 많아진 기존 직원마저 '사표'

"고용 포기"…나 홀로 운영
비싼 서빙로봇 구입 '1인 점포'로
"외국인 취업비자 기준 낮춰야"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 증가 음식 서비스직 구인난이 심각해지면서 홀·주방 직원을 구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10일 서울 중구 중림동의 한 식당에서 가게 주인이 홀로 일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번달은 그나마 방학 기간이라 아르바이트생 2명이 와 있어서 나아요. 방학 끝나고 다음달부터가 문제죠. 매장이 돌아가려면 홀에 7명, 주방에 7명, 설거지와 청소 등에 4명이 필요한데, 지금 모든 지점에서 홀·주방에 2~3명씩 부족합니다. 사람을 못 구해서 문 닫아야 할 판이라는 점장이 한둘이 아니에요.”

10일 만난 서울 도심권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박모 점장은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한참 전 인터넷에 올려둔 구인공고는 몇 달째 함흥차사다.사람이 없어 매일 두 사람 몫 이상을 해내야만 하는 기존 직원들은 초주검이다. 그는 “어렵사리 사람을 뽑아도 ‘일이 많다’며 며칠 만에 그만두는 악순환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보다 50% 높였는데…

자영업자의 실상은 더 심각하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보다 55.9% 많은 시급 1만5000원에 구인공고를 올려도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 서울 중구에서 일본 가정식 식당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장사 경력 10년 중 최악”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전만 해도 구인공고를 올리면 문의 전화가 쇄도해 전화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지금은 무료광고로는 구인이 안 돼 열흘에 24만원 주고 알바 사이트에 유료광고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건비, 식자재 구입비 등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와중에 알바모집 광고비까지 더해졌다는 얘기다.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2023년 1분기 외식산업 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식사업자의 인건비 부담은 꾸준히 우상향 궤적을 그리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인건비 부담이 3분기보다 늘었다고 밝힌 외식사업자는 전체 응답자의 57.8%(166명)에 달했다. 응답자의 73.2%(210명)는 “올해에도 인건비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답했다.

○무인화가 불편한 자영업자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에 서빙로봇, 키오스크, 주문용 태블릿PC 등을 도입하는 매장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기존 직원의 업무량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목적이다.문제는 만만찮은 구입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는 점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수제비집을 운영하는 B씨는 “두 달 전 1300만원을 들여 식당 테이블 27개 전체에 주문용 태블릿PC를 설치했다”며 “서빙로봇도 써 봤는데, 되레 불편함만 초래하고 사람을 쓸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려 다시 치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자영업자는 고용을 포기하고 ‘나 홀로’ 가게를 꾸려나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418만7000명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9년 12월(404만9000명)보다 13만8000명 불어났다. 전체 자영업자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3년 새 73.8%에서 75.2%로 증가했다.

○“外人 유입 늘려야”

현장에선 최악의 ‘구인절벽’을 뚫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외식업 시장에 유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손무호 한국외식업중앙회 단장은 “예전에는 ‘식자재비, 임대료 때문에 힘들다’는 외식업자가 많았다면 이제는 ‘사람이 없어 더는 못 버티겠다’는 업자가 더 많다”며 “외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외국인의 취업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이 외식업장에 취업하려면 전문 취업비자인 E7 비자를 받아야 한다. 발급 장벽이 높아 외식업계가 원하는 수준의 외국인 인력은 취업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손 단장은 “조리 관련 자격증이 있어도 외식 분야에서 경력이 3년 이상 돼야 한국에 취직할 수 있다”며 “이를 완화해줘야 외국인이 원활히 외식시장에 유입돼 인력난이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지윤/최해련/안정훈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