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200장 질문에…李"진술서로 답" 무한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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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세번째 검찰 출석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세 번째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A4용지 200여 장 분량의 질문을 준비해 장시간 압박했지만, 이 대표는 이번에도 미리 제출한 33장짜리 서면 진술서 내용으로 대신 답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내게 쏟은 수사력의 10%만
곽상도에 썼으면 유죄받았을 것"
檢, 위례·대장동·성남FC 묶어
재판 넘기고 신병 확보 시도할 듯
11시간 조사 마친 李 "새 증거 없어"
11시간의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대표는 “새롭게 제시된 증거도 없고, 검찰에 포획된 대장동 관련자들의 번복된 진술 말고는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국민이 맡긴 권력을 특정 정치 권력을 위해 사적 보복에 사용하는 것은 정말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李, 이번에도 “진술서로 갈음”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24분께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건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청사 출입구 앞에서 “내가 하는 모든 진술은 검찰의 조작과 창작 재료가 될 것”이라며 “창작소설을 위해 (요구하는) 진술은 진술서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먼저 구속기소된 최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범죄 혐의에 관한 질문엔 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걸음을 옮겼다.검찰은 지난달 28일 소환조사 때보다 한층 강도를 높여 약 11시간 동안 이 대표를 추궁했다. 이 대표의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그가 성남시장 시절 직접 결재한 문서 등 그동안 확보한 물증을 제시해가며 질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을 맡은 2010~2018년 내부 기밀 유출과 특혜 제공 등을 통해 민간 개발사업자가 위례·대장동 개발로 약 8100억원의 이익을 챙기도록 돕고, 그 대가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려 있다. 민간업자들이 챙긴 이득만큼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업무상 배임 혐의도 받는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 씨가 보유한 대장동 사업지분을 차명 보유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한 채 “유검무죄 무검유죄”라며 검찰을 향한 공세를 퍼부었다. 자신과 달리 50억 클럽 수사는 진척이 없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곽 전 의원이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의 뇌물을 받은 것이 무죄라는데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냐”며 “이재명을 잡겠다고 쏟는 수사력의 10분의 1이라도 50억 클럽에 썼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외선 여야 간 날 선 공방
정치권에서도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놓고 날 선 공방이 오갔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현안점검회의에서 “국회의원과 야당 대표의 특권을 마음껏 누리며 탄압받는 피해자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며 “꼼수 부리지 말고 떳떳하게 수사에 임하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권력을 악용해 어떤 식으로든 없는 일을 죄로 만들어보려는 검찰의 억지스러운 횡포는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50억 클럽 수사는 방치하면서 이재명 수사에는 올인하는 선택적 수사를 해 대한민국의 공정이 무너지고 있다”고도 했다. ‘뇌물 무죄’ 판결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무죄 판단을 뒤집기 위해 공소 유지 인력을 확충하라고 지시했다.검찰은 일단 위례·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이 대표 소환조사는 추가로 하지 않을 방침이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수사 중인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이송받아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민주당이 과반인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변호사비 대납, 성남시 백현동 개발비리·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등 이 대표가 연루된 나머지 의혹의 진상을 밝히는 수사에도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백현동 사건에 대해선 지난 7일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이며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했다. 대북 송금과 변호사비 대납사건도 김성태 전 회장 등 쌍방울그룹 전현직 임직원을 줄줄이 기소했다. 이와 관련해 쌍방울 자금흐름을 총괄한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가 11일 입국한다. 검찰은 귀국 즉시 압송해 대북송금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김진성/설지연/최한종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