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SM 품나" K팝 지각변동…하이브 인수 땐 '11兆 엔터왕국'

'K팝 강자' 하이브냐…'플랫폼 강자' 카카오냐

하이브가 품으면 '1강 2중' 재편
카카오 승리 땐 K컬처 전영역 강자
서울 성수동 SM 본사. /최혁 기자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된 겁니다. 하이브든, 카카오든 물러설 리가 없거든요. SM을 직접 손에 넣기 위해, 최소한 경쟁업체가 품지 못하도록 뭐든 할겁니다.”

‘K팝 강자’ 하이브와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강자’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두고 맞붙었다는 소식에 국내 콘텐츠 전문가들은 이런 평을 내놨다. SM엔터가 워낙 괜찮은 지식재산권(IP)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 사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하이브가 SM엔터 인수에 성공하면 1990년대부터 한국 가요계를 이끌어온 ‘K팝의 본류’와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K팝의 무대를 세계로 넓힌 ‘글로벌 K팝의 주역’이 하나가 된다. 시가총액 11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공룡 기획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SM엔터가 웹툰, 드라마, 인터넷TV(카카오TV), 음원서비스(멜론) 등 여러 콘텐츠와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카카오 품에 안기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CJ ENM에 버금가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IP·플랫폼 동시에 노리는 하이브

그래픽 = 이정희기자
유리한 고지를 잡은 건 하이브다. 하이브는 10일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18.46%) 가운데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단숨에 SM엔터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이 전 총괄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SM과 하이브를 세계 대중음악의 ‘게임 체인저’로 도약시키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고 말했다.두 기획사가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은 먼저 아티스트 IP다. 하이브에는 BTS를 비롯해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엔하이픈 뉴진스 르세라핌 등 인기 K팝 스타들이 소속돼 있다. SM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NCT 에스파 등 K팝 2~4세대 인기 가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합병이 성사되면 국내 K팝 기획사는 1강(하이브+SM) 2중(JYP, YG)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와 SM엔터는 ‘팬덤 플랫폼’에서도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하이브는 BTS, 블랙핑크 등 글로벌 톱 가수들이 입점한 팬덤 커뮤니티 ‘위버스’를 보유하고 있다. SM엔터는 자회사 디어유를 통해 ‘버블’을 운영 중이다. 버블에는 SM엔터 소속 아티스트뿐 아니라 JYP·젤리피쉬·FNC 등 여러 소속사가 입점했다. 두 플랫폼이 합쳐지면 국내 K팝 아티스트의 90% 이상을 보유하게 된다.

왜 카카오는 물러날 수 없나

하이브의 계획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카카오가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며 ‘반격’에 나설 수 있어서다. 카카오는 지난 7일 유상증자를 통해 SM엔터 지분 9.05%를 매입하기로 했다. 카카오가 SM엔터 인수전에 뛰어든 건 글로벌 K팝 콘텐츠산업에서 네이버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2021년 네이버는 자사 팬 커뮤니티 플랫폼 ‘브이라이브 팬십’을 ‘위버스’로 일원화하면서 하이브와 손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위버스의 운영사 비엔엑스 지분 49%를 갖게 됐다. 여기에 YG엔터테인먼트까지 합세하면서 ‘하이브-네이버-YG’의 동맹이 형성됐다.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면 그동안 약점이던 K팝 사업 역량을 보완할 수 있다. 카카오는 SM엔터 지분을 먼저 매입한 뒤 향후 권리를 카카오엔터에 넘길 계획이다. 카카오엔터가 SM엔터의 아티스트 IP를 갖게 되면 영상 플랫폼뿐 아니라 음원 플랫폼 멜론,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 부문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M엔터의 음악 콘텐츠를 비롯해 드라마·예능 등 영상 콘텐츠, 광고 등의 사업을 기존 카카오엔터 플랫폼을 통해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콘텐츠업계의 ‘후발주자’인 카카오엔터가 1위인 CJ ENM 못지않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