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 캐롯 감독 "허재 대표 열심히 뛰어다녀…우린 농구만"

모기업 경영난에 운영주체 데이원스포츠 매각 작업
또 월급 밀리다 오늘 경기 전 지급…"최악의 일 벌어지겠어요?"
"허재 대표님이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 같습니다. 설마 최악의 일이 벌어지겠어요?"
모기업 경영난으로 두 차례 선수단 월급이 밀린 끝에 주인이 바뀔 처지에 놓인 프로농구단 고양 캐롯의 김승기(51) 감독은 10일 수원 kt와 홈 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캐롯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고양 오리온 농구단을 데이원스포츠가 인수해 재창단한 팀이다.

그런데 데이원스포츠의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농구단 운영이 어려워졌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선수단과 프런트는 제때 임금을 받지 못했다.

캐롯 프런트는 이날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6시께 "7시까지는 월급이 입금된다더라"고 연합뉴스에 알려왔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월급은 들어왔느냐'는 첫 질문에 "오늘 다 들어왔다"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허허' 웃었다. 김 감독은 "회사 일은 회사가, 우리는 우리 일(농구)을 열심히 하면 된다"면서 "선수들에게 월급이 조금 늦더라도 동요하지 말자고 했다.

벌써 몇 개월째 이러고 있는데, 그래도 우리는 잘 버티고 있으니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캐롯은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5위에 자리해 있다. 부상과 부진에 외국인 선수를 잇달아 교체하는 악재까지 더해져 지난달 5연패 했지만, 그 뒤 곧바로 5연승을 달리며 위기를 헤쳐나왔다.

김 감독은 "허재 대표님이 걱정하지 말라 그러시더라.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 같다"고 했다.

데이원스포츠는 회사의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기업 한 곳과 얘기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계속 좋은 성적을 내면 데이원스포츠와 허재 대표가 활로를 찾는 데 도움이 될 터다.

김 감독은 "어차피 선수들이 금방 농구를 관둘 것도 아니다.

없는 상황에서 쥐어짜서 농구를 하는, 이런 경험이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월급도 잘 안 들어오는 지금이 감독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 때 아닌가?' 하고 묻는 말에 김 감독은 "인삼공사 때가 더 힘들었다"고 잘라 말했다.

2015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안양 KGC인삼공사를 지휘한 김 감독은 "전삼식 (인삼공사) 단장으로부터 '아끼는 것'에 대해 많이, 너무 잘 배운 것 같다.

그때 배운, 뭐든지 줄이면서 팀을 운영하는 것을 지금 하고 있다"면서 "전 단장께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질문이 나왔으니까 대답한 것이다. 내가 스스로 한 얘기는 아니다"라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