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뚝배기 깨고 화병 사라졌다"…종토방 개미들 '환호' [박의명의 불개미 구조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공매도 모니터링센터. 사진=연합뉴스
“공매도 뚝배기 깨고 10년 묵은 화병이 사라졌습니다”(에코프로 주주)

“공매도 세력이 빤스런했네요. 국뽕에 취합니다”(LG에너지솔루션 주주)공매도와의 전쟁에서 개미들이 이기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급등하는 종목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락장에서도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배터리 관련주가 대표적입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 주가는 올해 들어 82.5%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44%), 엘앤에프(32.9%)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주가가 급등하는 이유는 ‘숏 스퀴즈’에 몰린 공매도 투자자들이 급하게 주식을 되사고 있기 때문입니다. 숏 스퀴즈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공매도를 한 투자자들이 주가가 상승할 경우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테슬라 판매 감소를 예상하고 2차전지 소재주에 공매도를 쳤던 기관들이 차입 물량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전기차 대장주인 테슬라 판매량이 증가하면 2차전지 소재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승리를 확신했던 종목에서도 뼈아픈 패배를 했습니다.공매도 세력은 올해 들어 LG에너지솔루션에 공매도를 쏟아부었습니다. 4조원어치에 달하는 우리 사주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상황이 반대로 전개되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은 20%에 이르는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이들 종목은 예상을 깨는 실적 성장으로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키고 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내년 예상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이 22배입니다. 1년 전에는 PER이 100배에 육박했습니다. 엘앤에프는 내년 실적 기준 PER이 14배까지 내려갔습니다.

PER이 내려간 이유는 실적 증가 속도가 주가 상승률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입니다. 엘앤에프는 작년 영업이익이 2662억원으로 전년 대비 502%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 영업이익도 3824억원으로 232% 늘어났습니다.
공매도는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수익이 최대 100%로 제한되지만 손실은 주가가 오르는 만큼 불어납니다. 예컨대 주가가 1만원일 때 공매도를 친 종목이 10만원으로 오르면 손실은 900%가 됩니다.

공매도를 이겨냈을 때 승리가 달콤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주가가 오를 것 같으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공매도했던 주식을 급하게 사들이게 됩니다. 되사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주가는 폭등합니다. 공매도가 많이 쌓인 종목일수록 상승폭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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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