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에게 받은 보물" 아펜젤러 가문의 나전 삼층장 돌아왔다

고종이 배재학당 설립자 아펜젤러에게 하사한 것으로 추정
증손녀가 최근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기증…하반기 특별전시로 공개
조선 고종이 미국인 선교사이자 배재학당 설립자인 헨리 게르하르트 아펜젤러(1858∼1902)에 하사한 것으로 여겨지는 나전 공예품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지난해 12월 아펜젤러의 증손녀인 다이앤 도지 크롬 씨로부터 '나전흑칠삼층장'을 기증받았다고 11일 밝혔다.

크롬 여사는 아펜젤러의 둘째 딸인 아이다 아펜젤러의 손녀다.

박물관에 따르면 나전흑칠삼층장은 그간 아이다 집안에서 보관해 왔으며 이후 그의 아들과 손녀에게로 전해졌다. 아펜젤러 가문의 가계도, 기증자가 전한 사진 자료와 소장 경위, 전문가 평가 등을 종합하면 이 유물은 아펜젤러가 한국 근대 교육에 헌신한 공로 등을 인정해 고종이 하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크롬 여사는 지난해 9월 박물관 측에 이메일을 보내 나전흑칠삼층장을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삼층장에 대해 "(아펜젤러가) 조선의 왕에게서 감사의 의미로 받은 것이라 들었다"며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귀한 보물로 여겼으며, 많은 사람이 이를 보고 감명받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건 아펜젤러의 선교 이야기와 그의 사명을 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델라웨어에 있는 한 박물관에서 일한다는 크롬 여사는 '앞으로 100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유물의 유지·보수가 중요하다'며 박물관이 유물을 잘 관리해달라는 뜻도 전했다.

검은 옻칠에 섬세한 나전 기법으로 장식된 삼층장은 19세기 말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유물을 조사·평가한 전문가들은 "다소 손상은 있지만 보존 상태가 나쁘지 않다"며 "나전의 전통 양식과 근대적 양식이 절충된 작품으로 소장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최공호 전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높이가) 180㎝가 넘는 대형 삼층장의 규모와 섬세하고 유려한 문양 표현의 품격을 볼 때 19세기 말을 대표하는 유물로 손색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간 조선 왕실이 외국인 선교사에 준 선물로는 자수 병풍, 도자기, 금팔찌, 손거울 등이 확인된 바 있으나 섬세한 공예 기법이 돋보이는 나전 가구는 알려진 바 없다고 박물관 측은 전했다.

김종헌 배재학당역사박물관장은 "고종이 배재학당의 이름을 직접 짓고 당시 학무대신을 통해 현판을 수여했던 만큼 (아펜젤러에 하사한) 나전흑칠삼층장은 교육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이라고 밝혔다. 박물관은 향후 연구와 보존처리 작업을 거쳐 올해 하반기 특별전시에서 유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