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과 차이 별로 안 나네…'한우 등심' 파격가에 풀린다

한우 연중 20~50% 할인…정부·농협, 파격 정책 내놨다

농식품부, '한우수급안정대책' 발표
작년 한우 사육두수 358만두로 역대 최대

3개월만에 도매가 20% 급락
"이제 하락세 초입...중소농 어려움 경감"
강원 평창군 대관령 한우연구소에 있는 한우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농협과 함께 한우를 연중 20% 할인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을 내놨다. 공급 과잉으로 급락 중인 한우 도매 가격을 반등시켜 한우값 하락에 생산비 상승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농가의 어려움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공급과잉 경고에도 사육두수 50만↑

농림축산식품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우수급안정대책'을 발표했다. 김정희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최근 한우 도매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 어려움을 완화하고 가격 하락 문제가 내년까지 장기화될 것을 감안해 농협·한우협회 등과 한우 수급안정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작년 10월까지도 kg당 1만9000~2만원대를 횡보했던 한우 평균 도매가격은 올해 1월 1만5904원으로 3개월만에 20% 가량 하락했다. 최근 5년간 평균치(1만9037원)에 비해서도 16.5% 낮은 수치다. 정부가 추정하는 국내 한우 농가의 평균 생산비(kg당 1만8000원)에도 10% 이상 못 미친다.

한우값 폭락의 원인은 공급 과잉이다. 올해 한우 사육마릿수는 358만두로 역대 최고치다. 2019년(308만마리)보다 49만마리가 더 많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제시하는 한우 적정 사육마릿수(290만마리)보다 68만마리나 많은 물량이 사육되고 있는 셈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우려는 계속됐다. 하지만 2020년 찾아온 코로나19로 가정수요가 늘면서 공급 과잉에도 한우 가격이 최근까지도 kg당 2만원대로 고공행진하자 100두 이상의 대형 농가 중심으로 사육 규모가 확대됐다.이번 대책의 중점은 한우 소비 촉진이다. 농식품부는 한우 가격이 아직 하락 구간의 '초입'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초과 도축된 한우로 인해 늘어나는 추가 공급 예상 물량 2만4000t에 대한 추가 수요 창출로 하락폭을 최소화시켜 비용 구조가 취약한 중소농가의 피해를 최소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농협과 협력해 전국 980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올해 내내 한우를 전국평균 대비 20% 낮은 수준으로 판매하는 '2023 살 맛나는 한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 할인이 이뤄질 경우 지난 8일 가격 기준으로 1등급 등심은 100g에 7700원, 갈비는 540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미국·호주산 수입 갈비 가격(4000~4300원)과의 차이가 대폭 줄어드는 셈이다.

한우 소비 비수기인 2~3월, 6~7월, 10~12월에는 전국적인 추가 할인 행사인 가칭 '소프라이즈 2023 대한민국 할인행사'를 열 계획이다. 할인율은 최대 50% 수준으로 수입산과의 격차가 거의 사라지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수출길 확대하고 중소농 사료비 지원 강화

식재료를 한우로 변경하는 대형 가공·급식업체에는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 현재 삼성웰스토리가 총 40t의 식재료를 한우 쇠고기로 대체해 한우자조금으로부터 kg당 5000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이 같은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난해 44t에 불과했던 홍콩으로의 한우 수출도 올해 200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우 수출이 가능한 또 다른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경우 올 상반기 한우 도축장의 할랄 인증을 마친 뒤 바이어 및 유통업체 대상 홍보행사를 통해 수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농가 생산비 절감을 위한 지원도 소비 촉진과 함께 이뤄진다. 농식품부는 1조원에 달하는 사료구매자금 저리(1.8%)지원의 한·육우 농가 배정 비율을 50%에서 60%로 확대한다. 수입 조사료(풀사료)의 경우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물량을 평년(80만t)대비 40만t 늘린다.지원은 중소 농가에 집중된다. 사료구매자금 우선 지원 기준을 소 150마리 이하 사육 농가에서 소 100마리 이하 농가로 바꾸고, 조사료 할당관세 물량도 중소농에 우선 배정한다.

김 실장은 "2019년 이후 증가한 사육마릿수의 55%가 전체 농가의 9.7%인 100마리 이상 전업농가에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하지만 피해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는 대농보단 영세한 중소농이 큰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농이 무너질 경우 한우 산업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한우 업계가 감내할 수 있도록 가격 경착륙을 막고 암소 감축, 씨수소 정액 가격 조정 등 수급관리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