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되고 매맞다가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안전망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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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양육, 위기 징후 발견하기 어려워…감시 강화해야"
최근 인천에서 보호자의 학대로 인한 안타까운 아동 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한겨울 사흘간 집에 홀로 방치된 두 살배기가 우리 곁을 떠나고, 홈스쿨링을 한다던 5학년 초등학생이 집에서 온몸에 멍이 든 채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아동 학대 방지 시스템은 또다시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 엿새간 인천서 아동학대 사망 2차례
12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초등생 A(12)군은 지난 7일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온몸에 멍이 든 채로 숨졌다.
경찰은 계모(43)와 친부(40)를 각각 아동학대 치사 혐의와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모두 구속했다. 이들 부부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때렸다"고 인정하면서도 "훈육 목적이었고 학대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는 20대 엄마가 사흘간 집을 비운 사이 홀로 남겨졌던 생후 20개월의 B(2)군이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장시간 음식물이 공급되지 않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아이 엄마는 "일을 도와주러 잠깐 나갔다가 일이 많이 늦게 끝나고 술도 한잔하면서 귀가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 비극 막지 못한 매뉴얼과 시스템
부모 학대로 숨진 A군과 B군은 모두 사회안전망으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나 관리를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A군 부모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유학을 준비해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이에 A군은 열흘 넘게 등교를 하지 않고 출석도 인정되지 않는 미인정결석 학생이자 집중관리대상자로 분류됐다.
시교육청 매뉴얼은 미인정결석 학생 중 홈스쿨링을 하는 아동을 집중관리대상으로 지정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A군 어머니(계모)가 결석 1주일 만인 지난해 12월 A군을 데리고 학교를 찾자 가정방문은 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12∼1월에는 A군의 소재와 안전을 3차례 유선으로만 파악했으며 별다른 학대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B군 역시 사망 전 2차례나 위험 징후를 알리는 객관적인 정보가 보건당국에 기록됐지만, 조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보건복지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영유아 건강검진 여부 등 총 44종의 정보를 분석해 위기 아동을 발굴한다.
B군은 생후 4개월 이후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못했고, 최근 1년간 의료기관 진료 기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국민연금·건강보험료 체납과 금융 연체 등 재정적인 열악함도 드러났으나, 위험군으로 분류되진 않았다.
◇ 인천시·교육부 대책 마련 나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아동학대로 해마다 40명 넘게 숨졌다.
인천에서는 같은 기간 연평균 3천건이 넘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고 그중 2천건 이상은 사실로 밝혀졌다.
학대로 숨진 아동은 2019년 4건, 2020년 3건, 2021년 5건이었다.
지난해 사망자는 없었지만, 올해에는 벌써 2명이 발생했다.
인천시는 관내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위기 아동 전수조사 대상 확대 등 예방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매년 진행하는 가정양육 아동 전수조사 대상은 기존 '만 3세'(1천400명)에서 '0세∼만 3세'(6천명)로 확대한다.
방문조사 대상에 양육수당 미신청 가정과 예방접종 미실시 아동, 교육청 집중관리대상자 등도 포함할 계획이다. 교육부도 전국 시·도교육청 관계자와 회의를 열고 미인정결석 학생의 아동학대 피해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교육당국은 미취학·미인정결석 학생을 집중관리대상자로 분류하는 절차와 기준을 강화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A군의 경우처럼 7일 이상의 미인정결석 학생은 지난해 9월 기준 전국에 1만4천267명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홈스쿨링을 하는 미인정결석 학생은 1천725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인 941명이 초등학생이었다.
◇ "가정 양육 관련 감시 체계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피해를 막으려면 가정 양육 제도와 관련한 감시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가정 양육에서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위기 징후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관련 수당을 지급하는 기준을 강화해 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차원의 시스템과 지자체 단위의 촘촘한 관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현장 조사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1년 국내 아동학대 사망자 40명 중 절반에 가까운 19명은 교육기관을 다니지 않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가족유형별로 나눴을 때 친부모와 함께 살던 피해 아동이 19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A군의 사례를 보면 교장에 재량에 따라 홈스쿨링이 너무 쉽게 허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부모의 역량이나,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아동학대 사건이 터지면 해당 사건 위주로 대책이 제시되고, 또 다른 유형의 사건이 발생한다"며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과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최근 인천에서 보호자의 학대로 인한 안타까운 아동 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한겨울 사흘간 집에 홀로 방치된 두 살배기가 우리 곁을 떠나고, 홈스쿨링을 한다던 5학년 초등학생이 집에서 온몸에 멍이 든 채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아동 학대 방지 시스템은 또다시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 엿새간 인천서 아동학대 사망 2차례
12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초등생 A(12)군은 지난 7일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온몸에 멍이 든 채로 숨졌다.
경찰은 계모(43)와 친부(40)를 각각 아동학대 치사 혐의와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모두 구속했다. 이들 부부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때렸다"고 인정하면서도 "훈육 목적이었고 학대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는 20대 엄마가 사흘간 집을 비운 사이 홀로 남겨졌던 생후 20개월의 B(2)군이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장시간 음식물이 공급되지 않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아이 엄마는 "일을 도와주러 잠깐 나갔다가 일이 많이 늦게 끝나고 술도 한잔하면서 귀가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 비극 막지 못한 매뉴얼과 시스템
부모 학대로 숨진 A군과 B군은 모두 사회안전망으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나 관리를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A군 부모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유학을 준비해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이에 A군은 열흘 넘게 등교를 하지 않고 출석도 인정되지 않는 미인정결석 학생이자 집중관리대상자로 분류됐다.
시교육청 매뉴얼은 미인정결석 학생 중 홈스쿨링을 하는 아동을 집중관리대상으로 지정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A군 어머니(계모)가 결석 1주일 만인 지난해 12월 A군을 데리고 학교를 찾자 가정방문은 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12∼1월에는 A군의 소재와 안전을 3차례 유선으로만 파악했으며 별다른 학대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B군 역시 사망 전 2차례나 위험 징후를 알리는 객관적인 정보가 보건당국에 기록됐지만, 조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보건복지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영유아 건강검진 여부 등 총 44종의 정보를 분석해 위기 아동을 발굴한다.
B군은 생후 4개월 이후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못했고, 최근 1년간 의료기관 진료 기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국민연금·건강보험료 체납과 금융 연체 등 재정적인 열악함도 드러났으나, 위험군으로 분류되진 않았다.
◇ 인천시·교육부 대책 마련 나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아동학대로 해마다 40명 넘게 숨졌다.
인천에서는 같은 기간 연평균 3천건이 넘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고 그중 2천건 이상은 사실로 밝혀졌다.
학대로 숨진 아동은 2019년 4건, 2020년 3건, 2021년 5건이었다.
지난해 사망자는 없었지만, 올해에는 벌써 2명이 발생했다.
인천시는 관내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위기 아동 전수조사 대상 확대 등 예방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매년 진행하는 가정양육 아동 전수조사 대상은 기존 '만 3세'(1천400명)에서 '0세∼만 3세'(6천명)로 확대한다.
방문조사 대상에 양육수당 미신청 가정과 예방접종 미실시 아동, 교육청 집중관리대상자 등도 포함할 계획이다. 교육부도 전국 시·도교육청 관계자와 회의를 열고 미인정결석 학생의 아동학대 피해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교육당국은 미취학·미인정결석 학생을 집중관리대상자로 분류하는 절차와 기준을 강화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A군의 경우처럼 7일 이상의 미인정결석 학생은 지난해 9월 기준 전국에 1만4천267명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홈스쿨링을 하는 미인정결석 학생은 1천725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인 941명이 초등학생이었다.
◇ "가정 양육 관련 감시 체계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피해를 막으려면 가정 양육 제도와 관련한 감시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가정 양육에서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위기 징후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관련 수당을 지급하는 기준을 강화해 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차원의 시스템과 지자체 단위의 촘촘한 관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현장 조사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1년 국내 아동학대 사망자 40명 중 절반에 가까운 19명은 교육기관을 다니지 않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가족유형별로 나눴을 때 친부모와 함께 살던 피해 아동이 19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A군의 사례를 보면 교장에 재량에 따라 홈스쿨링이 너무 쉽게 허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부모의 역량이나,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아동학대 사건이 터지면 해당 사건 위주로 대책이 제시되고, 또 다른 유형의 사건이 발생한다"며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과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