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의결권 전쟁 돌입…투자자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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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SM 주총 앞두고 이번주 이사진 윤곽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의 대주주 지분을 사들인 하이브가 SM엔터 경영을 새로 이끌어갈 이사 후보를 이번주 확정한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SM엔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수만 없는 SM’을 선언한 현 경영진 및 카카오 연대와 이사 선임을 놓고 표대결을 벌이기 위해서다. SM엔터 경영권 전쟁의 ‘서막’이 열리는 셈이다.
하이브, 이사 후보로 방시혁·민희진 내세울듯
현 경영진은 연임 추진, 얼라인·카카오와 연대
하이브는 SM엔터 이사 후보로 ‘빅샷’을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방탄소년단(BTS)을 키운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걸그룹 뉴진스를 글로벌 아티스트로 키워낸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 등이 후보로 꼽힌다. 경영권 향방은 주주들의 표심에 달렸다. 표대결을 앞두고 SM엔터 주가도 요동칠 전망이다.
이번주 하이브 측 이사 후보 윤곽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오는 16일까지 주주제안을 통해 새로운 SM엔터 이사회 후보 명단을 회사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주주제안은 작년 주총 기준 6주 전까지 내야 한다. 하이브는 주주제안권이 없다. 이번 주총에선 작년 말 기준 주주들만 제안권을 가져서다. 이 때문에 하이브를 대신해 이 전 총괄이 이사 후보를 제출하는 형식을 취할 예정이다.현 SM엔터 이사진 4명의 임기는 다음달 동시에 종료된다. 이수만 전 총괄에게 반기를 든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카카오, 얼라인파트너스와 손잡고 연임을 추진하면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올리기로 했다. 우군으로 나선 카카오의 배재현 수석부사장(투자총괄 대표)도 비상근 이사 후보로 거론된다.하이브는 현 SM엔터 경영진 측 이사 선임을 막고 경영권을 확보할 방침이다. 공개매수를 통해 전체 지분 40%(이 전 총괄 지분 14.8% 포함)를 확보할 예정이지만, 표대결 승리를 장담할 순 없다. 공개매수를 통해 보유 지분을 늘리더라도 이번 주총에선 작년 말 기준 주주들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가 주주 표심을 잡기 위해 방 의장과 민 대표를 SM엔터 이사 후보로 올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 대표는 2002년 SM엔터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소녀시대, 샤이니, F(x), 엑소, 레드벨벳 등 SM엔터 대표 아티스트의 콘셉트를 기획한 인물이다. 2018년 SM엔터를 나온 뒤 하이브 최고브랜드책임자(CBO)로 합류했다. 2021년 하이브의 자회사인 어도어 대표를 맡아 새롭게 탄생시킨 걸그룹이 뉴진스다.
주주 표심 잡기 올인
하이브가 이번 주총에서 SM엔터 이사회를 장악하면 전쟁은 사실상 끝난다. 반면 공개매수로 지분 40% 이상을 확보하더라도 이번 주총에서 이사 선임에 실패하면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등기이사를 해임하려면 임시 주총을 열어야 한다.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는 특별결의 사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업계는 SM엔터 경영권을 손에 넣기 위한 치열한 의결권 확보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총 소집 공고가 나오면 양측은 다음달 초부터 의결권 위임 권유에 나설 예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 경영진이 이수만 창업자와 선을 긋고 주주친화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지지를 받아왔다는 점이 하이브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SM엔터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빅샷’을 선제적으로 내세워 표심 잡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기존 주주들은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다음달 6일까지 SM엔터 주가는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 부근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공개매수가 끝나면 주가는 기업 가치와 주주 권익을 끌어올리기 위한 양측의 대책 발표 여부에 따라 춤을 출 것으로 예상된다. SM엔터(종목명 에스엠) 주가는 지난 10일 16.45% 급등한 11만4700원에 마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