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16조' 4대 금융지주, 배당도 사상 최대

4조416억…전년대비 8%↑

배당성향은 25.5%…소폭 줄어
당국 자본건전성 강화 압박 탓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이자이익 확대 효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두면서 주주들이 받는 배당액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게 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자본건전성 관리 압박에 배당 성향(순이익 중 배당으로 지급하는 금액)은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에 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 금융지주들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통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배당 성향은 전년과 비슷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배당액은 4조41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조7309억원)보다 8.3% 증가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배당액이 늘어난 것은 순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작년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15조8506억원으로 이전 최대였던 2021년(14조5429억원)보다 8.9%(1조3077억원) 늘어났다. 4대 금융지주에 속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32조794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배당 성향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평균 배당 성향은 25.5%로 오히려 전년(25.7%)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하나금융(25.6%→27.0%)과 우리금융(25.3%→26.0%)은 소폭 상승에 그쳤고 KB금융은 26.0%로 전년과 같다. 신한금융은 25.2%에서 22.8%로 2.8%포인트 낮아졌다.
금융지주들이 배당 성향을 높이지 않은 것은 자본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배당을 얼마나 할 것이냐보다는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재정 건전성 유지)을 갖췄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금융지주들은 사실상 배당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였다.

금융지주 주주들 사이에선 “여전히 배당이 적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의 지난해 배당 성향은 33.0%에 이른다. 국내 금융지주들이 맡긴 돈에 대한 이자는 조금 주고,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는 많이 받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는데도 기대만큼 배당을 늘리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주주환원 확대하는 금융지주들

금융지주들은 배당 성향을 높이기보다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금리 상승으로 예대마진이 늘어난 데 따른 이익 증대분을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취지다.KB금융은 올해 3000억원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할 예정이다. 각각 15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밝힌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추가 자사주 매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올 2분기 이후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들 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배당+자사주 매입·소각)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KB금융이 33%로 가장 높고, 신한·우리금융은 30%, 하나금융은 27%다. KB금융은 전년보다 7%포인트, 신한금융은 4%포인트 상승했다.

하나금융은 중장기적인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50%로 제시했다. 그룹 보통주자본비율이 13~13.5% 구간에 있을 땐 직전 연도 대비 높아진 보통주자본비율의 50%에 해당하는 자본을 주주에게 돌려주고, 13.5%를 초과하면 ‘초과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