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족 "서울광장 분향소 외 대안 없다"

"추모공간 옮기지 않겠다" 거부
서울시 "15일 행정대집행" 예고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한 이태원 참사 유족과 시민단체들이 “다른 추모공간을 제안해 달라”는 서울시의 요청을 거부했다. 서울시는 예정대로 오는 15일 오후 1시 이후 이 분향소를 강제 철거할 방침이어서 양측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제안한 시한인 이날 오후 1시까지 유가족 측은 서울광장 분향소를 철거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그대로 유지했다.유가족 측은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제가 열린 지난 4일 허가 없이 서울광장 측면에 분향소를 설치했고, 서울시는 두 차례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전달했다. 두 번째 계고장에서 유족이 선호하는 대안 추모공간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하며 행정대집행(강제 철거) 기한을 15일 오후 1시로 못 박았다.

유가족협의회는 “유가족들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철거를) 통지하는 서울시야말로 소통 의지가 없다”며 “서울시와는 더 이상 직접 소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6일부터 분향소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열고 있다. 행정대집행이 예정된 15일에는 서울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는 유가족 측에 용산구 녹사평역 내 지하 4층 공간을 추모공간으로 제안했다. 유가족 측이 요구하는 광화문광장과 세종로공원 내 분향소 설치는 규정상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유가족 측과 서울시 간 견해차가 평행선을 그리면서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15일 양측 간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시의 제안에 유족 측이 응하지 않았고 이미 두 차례 계고장을 보냈기 때문에 (강제집행) 요건도 성립한다”고 설명했다.서울시 의회의 막판 중재도 관심이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1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가족과 서울시의 접점이 생기지 않으면 의회가 나설 수도 있다”며 중재 의사를 밝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