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장소와 장소 혼합해 새로운 공간을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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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영국 런던의 코톨드갤러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에 걸려 있는 고흐, 마네, 고갱 등 거장의 작품들이 지난 10일 ‘새 이웃’을 맞았다. 주인공은 스코틀랜드 출신 화가 피터 도이그(1959~). 코톨드갤러리가 3년간의 재단장을 마치고 2021년 재개관한 뒤 처음으로 여는 현대미술 작가의 전시다. 세계적 명성의 코톨드갤러리가 중견 작가를 불러들인 이유는 풍경화 때문이다. 도이그는 ‘전통 회화는 이제 한물갔다’는 인식이 팽배하던 1980년대 전통적인 풍경화로 미술계에 발을 디뎠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설치작품 등 개념미술이 유행하던 시기였지만, 도이그는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서정적인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
스코틀랜드 화가 피터 도이그
그는 실제 존재하는 장소를 소재로 삼지만 있는 그대로 그리지는 않는다. 세계 곳곳에 있는 다른 장소와 혼합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낸다. 그래서인지 도이그의 그림 속 풍경은 익숙해 보이는 동시에 다른 세계를 보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십 년간 풍경화를 고집해온 그의 작품은 수백억원에 거래된다. 하얀 배 한 척이 떠 있는 호수를 그린 ‘늪에 빠진(Swamped·1990)’은 202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3990만달러(약 500억원)에 팔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