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청춘] ② 청년백수서 농업법인 CEO된 김우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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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 전전하다 8년 전 청년창업자금 지원받아 보은에 정착
식용곤충 활용 펫푸드 생산…직원 9명 두고 연매출 10억원
[※ 편집자 주 = 좁아진 취업문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청년들의 고민이 깊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낙오되기 십상이라는 위기의식도 팽배합니다.
그러나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모험을 택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장서 답을 구하는 이들입니다. 연합뉴스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꿈을 실현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총 20회에 걸쳐 매주 월요일 송고합니다.
] 펫푸드 생산 농업회사법인 '우성'의 김우성(38) 대표는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8년 전 충북 보은 속리산 기슭의 산골로 귀촌을 고민하던 시절의 자신을 '청년백수'라고 표현한다.
군 복무를 마친 뒤 그는 서울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던 휴대폰 판매업소를 물려받아 생업 현장에 뛰어들었다.
한동안 순조롭던 사업은 2014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으로 휴대폰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점포 임대료 내기도 벅찬 지경이 되자 하는 수 없이 매장을 정리하고 휴대폰 케이스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으로 나섰다.
길거리 영업이 그럭저럭 장사는 됐지만, 미래가 불안했던 그는 커피숍이나 치킨점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이라도 열어보자는 생각으로 노점을 접었다.
그러나 당장 창업자금이 문제였다.
종잣돈 마련을 위해 이곳저곳 금융기관을 노크했지만, 선뜻 돈을 내주는 곳은 없었다.
그러는 사이 그는 자신이 말한대로 하루아침에 청년백수가 됐다.
낙담하고 있던 때 우연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귀농귀촌 청년에게 사업자금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은행에서 문전박대받은 쓰라린 경험이 있는 그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할머니가 오래 전 땅을 사둔 보은군의 귀농귀촌 창구 문을 두드렸다.
"무턱대고 군청을 찾아 상담받으니 진짜로 정착금을 지원해준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앞뒤 가릴 것 없이 짐을 챙겨 연고도 없는 산골 귀촌을 결심했지요"
2015년 9월 속리산 기슭에 정착한 그가 처음 시작한 사업은 미래 먹거리로 등장한 식용곤충 사육이다.
컨테이너 생활을 하면서 주변의 식용곤충 사육농가를 찾아다니며 노하우를 배웠다.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은 그는 보은군으로부터 8천500만원을 저리 융자(연 1.5%, 5년거치 10년상환) 받아 사육장을 짓고, 굼벵이를 키워 약재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다.
보은 특산물인 대추를 넣은 굼벵이 즙을 만들고, 여기에 감초를 추가해 숙취 해소용 음료까지 개발해 특허도 받았다.
그러나 매출이 기대만큼 쑥쑥 오르지 않자 아이템 전환을 고민하던 그는 식용곤충으로 반려동물 사료와 간식을 만드는 펫푸드 분야로 방향을 틀었다.
단백질이 풍부한 곤충과 농산물을 섞어 사료를 만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2017년 말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첫해 1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이후 해마다 배 이상 뛰어올라 지난해 마침내 10억원을 돌파했다.
그동안 창업진흥원, 농림축산식품부, 충북도 기업진흥원 등으로부터 다양한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게 경영에 큰 힘이 됐다.
이 과정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의 'K-농부 공모전' 최우수상을 받는 등의 성과도 거뒀다.
혼자 시작한 사업은 어느새 9명의 직원을 둔 농업법인으로 성장했다.
직원 대부분은 청년이다.
그의 귀촌스토리는 주변에 관심거리가 되기도 했다.
'서울에서 독특한 녀석이 내려와 굼벵이 즙을 만들더니 어느날 갑자기 강아지 사료를 만든다더라'는 말이 돌면서 그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한 방송사가 찾아와 귀촌스토리를 소개했고, 이후 방송을 본 소비자들의 주문이 늘면서 매출에 신장됐다.
그는 "힘든 시절이었는데, 운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우성에서는 사료 위에 야채를 토핑한 '야채 믹스', 곤충 야채껌' 등 13종의 반려동물 먹거리를 생산한다.
이들 제품은 식용곤충에다가 흠집 등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B급 농산물'을 가공해 만든다.
주변 농민들과 상생하기 위함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곤충 사육도 주변 농가에 위탁했다.
그는 펫푸드 사업을 희망하는 청년을 위한 창업 지원과 곤충 견학장 운영 등을 통한 지역사회 기여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그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청년들이 돌아오는 농산촌을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먹고사는 일로 정신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처지와 비슷한 청년들이 농촌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에 관심이 커졌어요"
그는 해답을 찾기 위해 충북청년희망센터를 통해 청년 정책과 문화, 네트워크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작년 봄 마음 맞는 청년 4명과 모임을 만든 뒤 이를 토대로 9월 비영리 단체인 '보은 청년네트워크'를 창립했다.
이후 회원 모집에 나서 지금은 50여명의 청년이 참여하는 제법 규모 큰 단체가 됐다.
그는 "현실성 있는 청년정책은 지자체의 의지에 달렸다"며 "조례의 청년 나이를 39세에서 45세로 높일 것과 청년센터 조성, 청년정책 업무 담당자 배정 등을 보은군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청년네트워크는 올봄 벚꽃축제를 야심차게 구상하는 중이다.
김 대표는 "청년이 기획하고 주도하는 행사의 모델을 만들고 싶어 축제를 기획했다"며 "보은 보청천의 벚꽃을 대추만큼 유명하게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보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기획해 정부 공모에도 응모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대추를 활용해 향토색 짙은 막걸리를 만들고 그 수익금으로 외지인을 대상으로 '보은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는 "시각을 바꾸면 농촌은 청년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한다.
변변한 요가 학원이나 주짓수 도장 등이 없다는 것은 거꾸로 접근하면 독점할 수 있는 잠재 시장이 준비돼 있다는 얘기 아니냐고 예를 든다. "고령화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주변 청년들과 힘을 모으로 목표를 설정해 하나씩 이뤄가겠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는 도전하는 청년의 당당함이 물씬 묻어났다. /연합뉴스
식용곤충 활용 펫푸드 생산…직원 9명 두고 연매출 10억원
[※ 편집자 주 = 좁아진 취업문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청년들의 고민이 깊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낙오되기 십상이라는 위기의식도 팽배합니다.
그러나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모험을 택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장서 답을 구하는 이들입니다. 연합뉴스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꿈을 실현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총 20회에 걸쳐 매주 월요일 송고합니다.
] 펫푸드 생산 농업회사법인 '우성'의 김우성(38) 대표는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8년 전 충북 보은 속리산 기슭의 산골로 귀촌을 고민하던 시절의 자신을 '청년백수'라고 표현한다.
군 복무를 마친 뒤 그는 서울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던 휴대폰 판매업소를 물려받아 생업 현장에 뛰어들었다.
한동안 순조롭던 사업은 2014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으로 휴대폰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점포 임대료 내기도 벅찬 지경이 되자 하는 수 없이 매장을 정리하고 휴대폰 케이스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으로 나섰다.
길거리 영업이 그럭저럭 장사는 됐지만, 미래가 불안했던 그는 커피숍이나 치킨점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이라도 열어보자는 생각으로 노점을 접었다.
그러나 당장 창업자금이 문제였다.
종잣돈 마련을 위해 이곳저곳 금융기관을 노크했지만, 선뜻 돈을 내주는 곳은 없었다.
그러는 사이 그는 자신이 말한대로 하루아침에 청년백수가 됐다.
낙담하고 있던 때 우연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귀농귀촌 청년에게 사업자금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은행에서 문전박대받은 쓰라린 경험이 있는 그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할머니가 오래 전 땅을 사둔 보은군의 귀농귀촌 창구 문을 두드렸다.
"무턱대고 군청을 찾아 상담받으니 진짜로 정착금을 지원해준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앞뒤 가릴 것 없이 짐을 챙겨 연고도 없는 산골 귀촌을 결심했지요"
2015년 9월 속리산 기슭에 정착한 그가 처음 시작한 사업은 미래 먹거리로 등장한 식용곤충 사육이다.
컨테이너 생활을 하면서 주변의 식용곤충 사육농가를 찾아다니며 노하우를 배웠다.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은 그는 보은군으로부터 8천500만원을 저리 융자(연 1.5%, 5년거치 10년상환) 받아 사육장을 짓고, 굼벵이를 키워 약재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다.
보은 특산물인 대추를 넣은 굼벵이 즙을 만들고, 여기에 감초를 추가해 숙취 해소용 음료까지 개발해 특허도 받았다.
그러나 매출이 기대만큼 쑥쑥 오르지 않자 아이템 전환을 고민하던 그는 식용곤충으로 반려동물 사료와 간식을 만드는 펫푸드 분야로 방향을 틀었다.
단백질이 풍부한 곤충과 농산물을 섞어 사료를 만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2017년 말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첫해 1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이후 해마다 배 이상 뛰어올라 지난해 마침내 10억원을 돌파했다.
그동안 창업진흥원, 농림축산식품부, 충북도 기업진흥원 등으로부터 다양한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게 경영에 큰 힘이 됐다.
이 과정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의 'K-농부 공모전' 최우수상을 받는 등의 성과도 거뒀다.
혼자 시작한 사업은 어느새 9명의 직원을 둔 농업법인으로 성장했다.
직원 대부분은 청년이다.
그의 귀촌스토리는 주변에 관심거리가 되기도 했다.
'서울에서 독특한 녀석이 내려와 굼벵이 즙을 만들더니 어느날 갑자기 강아지 사료를 만든다더라'는 말이 돌면서 그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한 방송사가 찾아와 귀촌스토리를 소개했고, 이후 방송을 본 소비자들의 주문이 늘면서 매출에 신장됐다.
그는 "힘든 시절이었는데, 운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우성에서는 사료 위에 야채를 토핑한 '야채 믹스', 곤충 야채껌' 등 13종의 반려동물 먹거리를 생산한다.
이들 제품은 식용곤충에다가 흠집 등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B급 농산물'을 가공해 만든다.
주변 농민들과 상생하기 위함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곤충 사육도 주변 농가에 위탁했다.
그는 펫푸드 사업을 희망하는 청년을 위한 창업 지원과 곤충 견학장 운영 등을 통한 지역사회 기여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그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청년들이 돌아오는 농산촌을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먹고사는 일로 정신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처지와 비슷한 청년들이 농촌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에 관심이 커졌어요"
그는 해답을 찾기 위해 충북청년희망센터를 통해 청년 정책과 문화, 네트워크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작년 봄 마음 맞는 청년 4명과 모임을 만든 뒤 이를 토대로 9월 비영리 단체인 '보은 청년네트워크'를 창립했다.
이후 회원 모집에 나서 지금은 50여명의 청년이 참여하는 제법 규모 큰 단체가 됐다.
그는 "현실성 있는 청년정책은 지자체의 의지에 달렸다"며 "조례의 청년 나이를 39세에서 45세로 높일 것과 청년센터 조성, 청년정책 업무 담당자 배정 등을 보은군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청년네트워크는 올봄 벚꽃축제를 야심차게 구상하는 중이다.
김 대표는 "청년이 기획하고 주도하는 행사의 모델을 만들고 싶어 축제를 기획했다"며 "보은 보청천의 벚꽃을 대추만큼 유명하게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보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기획해 정부 공모에도 응모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대추를 활용해 향토색 짙은 막걸리를 만들고 그 수익금으로 외지인을 대상으로 '보은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는 "시각을 바꾸면 농촌은 청년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한다.
변변한 요가 학원이나 주짓수 도장 등이 없다는 것은 거꾸로 접근하면 독점할 수 있는 잠재 시장이 준비돼 있다는 얘기 아니냐고 예를 든다. "고령화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주변 청년들과 힘을 모으로 목표를 설정해 하나씩 이뤄가겠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는 도전하는 청년의 당당함이 물씬 묻어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