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연장 근무해도 수당 못 받아"…'공짜 노동'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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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포괄임금 대책' 마련
연장근무가 잦은데 근로계약서상 포함된 초과근무수당(4시간) 이상의 연장근무 수당은 못 받고 있습니다. 포괄임금이라 그렇다네요.
우리 회사는 포괄임금을 실시한다고 하며 고정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근무시간은 대부분 계약된 시간 이상인 데도, 연장·야간·휴일수당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출퇴근 기록도 조작합니다. 회사가 근로계약서에 규정한 근무시간을 준수하려는 태도와 의지가 전무합니다.
최근 정부가 운영 중인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익명으로 제보된 사례다.정부가 3월 포괄임금제 근절 대책을 내놓는다. '공짜노동'을 뿌리 뽑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정부의 임금·근로시간 개편안이 '장시간 근로' 우려 논란에 휩쓸리자 이를 불식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포괄임금제가 많이 적용되는 IT 분야를 중심으로 종사하는 'MZ 세대' 마음잡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3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IT기업 노동조합 대표와 근로자들을 불러 포괄임금제 단속 간담회를 열었다.고용부는 올해를 포괄임금제 오남용 근절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올해 초부터 포괄임금제 관련 기획감독을 최초로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한 차례 더 실시할 계획이다.
또 3월에는'편법적 임금지급 관행 근절대책(가칭)'을 발표한다. 포괄임금 오·남용 단속에 행정력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라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진다.
포괄임금제(포괄임금·고정OT 계약)는 근로기준법 상 제도가 아니라 판례에 의해 형성된 임금지급 계약 방식이다.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실제 근로한 시간에 따라 법정수당을 산정·지급해야 하지만, 판례는 예외적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정액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인정해 왔다. 포괄임금제는 노동계가 장시간 근로의 원흉으로 꼽고 있는 제도다.포괄임금제를 폐지한 넥슨의 노동조합 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포괄임금 오·남용이 심각하다"며 "근로시간 측정이 손쉬운 사무직인데도, 포괄임금제를 이유로 근로시간 자체를 측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넥슨은 포괄임금제 폐지 후 평균 근로 시간이 감소하고 수당 인상 효과도 있어 만족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포괄임금제가 오남용되면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해 공정의 가치에도 맞지 않고, 특히 노동시장에 막 진입한 청년이나 저임금 근로자의 좌절감을 가져오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잇따라 포괄임금제 엄정 단속 방침을 재차 강조하는 배경에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연장근로 시간 월 단위 관리 등 임금·근로시간 정책이 장시간 근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포괄임금제 단속을 통해 공짜 노동을 단속하는 의지를 보여 근로시간 연장 시도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장관도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은 현시점에서 가장 확실한 근로시간 단축 기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MZ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IT분야에서 포괄임금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는 점을 고려해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MZ·사무직 노조들이 연대해 발족한 '새로고침 협의회'도 포괄임금제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재 대법원에서는 일괄적으로 포괄임금제가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 특히 고속버스나 방송국처럼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사업장에서는 포괄임금제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어서, 정부가 적극 단속에 나설 경우 사업장들 반발과 함께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