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맏형'인데…10년 만에 '실적 쇼크' 현대엘리베이터

사진=현대엘리베이터
현대그룹의 ‘맏형’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시황 악화와 원자재값 상승 여파로 11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냈다. 올해도 강남 고급 재건축 단지 등에서 외국 업체들과의 치열한 수주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1345억원, 영업이익 458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8.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4.4% 급감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원가율 악화 및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봉쇄로 인한 손실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침체를 겪었던 2011년(267억원) 이후 가장 낮다. 특히 영업이익이 세 자릿수대로 떨어진 것은 2012년(986억원) 이후 10년 만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작년 2분기엔 연결 기준으로 1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분기 영업손실을 낸 건 1996년 상장 후 처음이었다.

1984년 설립된 현대엘리베이터는 작년 3분기 기준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 점유율 39.1%로, 경쟁업체인 오티스엘리베이터와 티케이엘리베이터코리아를 제치고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및 코로나19 여파에도 꾸준히 영업흑자를 유지하는 등 매년 1200억~1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왔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시장의 수요 침체와 함께 철판·주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은 연간 엘리베이터 신설 수요가 60만 대에 달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엘리베이터의 핵심 원자재는 철판(스틸 플레이트), 주물, 가이드레일(엘리베이터 균형을 맞추는 레일) 등이다. 2020년 말 ㎏당 675원이던 철판 구입 가격은 작년 3분기엔 1100원으로, 63.0% 올랐다. 같은 기간 ㎏당 1705원이던 주물 가격도 2050원까지 올랐다.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별도 기준 매출 1조8262억원, 영업이익 1473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은 올해 별도 기준 실적(729억원)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다만 이 같은 목표는 철판과 주물 등 원자재 가격이 하향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수립된 것이다.

더욱이 둔촌주공을 비롯한 강남 재건축아파트단지 및 오피스단지에서 일본 미쓰비시전기, 오티스 등 외국 업체들이 고급 브랜드를 강조하면서 주민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업계에선 현대엘리베이터가 부동의 1위를 유지했던 국내 시장에서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