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 엘리아스 "홍대 버스킹 최고의 추억…한국 사랑하는 이유요?" [인터뷰+]
입력
수정
노르웨이 출신 페더 엘리아스 인터뷰가수의 꿈이 생겨난 13세 소년은 방에 박혀 브루노 마스, 저스틴 비버, 아델, 숀 멘데스의 음악을 줄곧 들었다고 했다. 웅장한 대자연의 기운과 함께 EDM, 헤비메탈 장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르웨이에서 탄생한 따뜻하고 부드러운 선율은 바람을 타고 그대로 한국 음악 팬들의 마음에 닿았다. 차세대 팝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페더 엘리아스(Peder Elias, 26)의 이야기다.
지난해 첫 내한해 페스티벌·단독 공연 진행
부석순 '7시에 들어줘' 작사·작곡·피처링 참여
"한국 팬들, 진심으로 교감할 수 있는 사람들"
"다양한 음악 포용하며 더 즐겁게 활동하게 돼"
3월 24일 신곡 '페이퍼 플레인' 발표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에서 만난 페더 엘리아스는 자신을 송라이터, 프로듀서, 그리고 '한국을 굉장히 사랑하는 아티스트'라고 소개했다.2018년 데뷔한 페더 엘리아스는 '본파이어(Bonfire)', '러빙 유 걸(Loving You Girl)' 등 감성적인 곡을 다수 발표해 큰 사랑을 받았다. 깨끗하면서도 감미로운 보컬은 그의 특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그룹 방탄소년단 정국, 차은우 등이 언급하며 주목받았다. 한국 팬들의 열띤 응원에 힘입어 페더 엘리아스는 지난해 처음 내한해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고, 이후 단독 내한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페더 엘리아스의 이름 앞에는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이 사랑한 팝스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실제로 한국 사랑이 지극한 그는 "내 팬이 많은 한국을 다시 찾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내한은 오롯이 세븐틴 유닛 부석순의 신곡 '7시에 들어줘' 홍보를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이 곡의 피처링은 물론 작사, 작곡에도 참여했다. 이미 Mnet '엠카운트다운'과 SBS '인기가요' 무대에도 함께 오르며 남다른 의리를 과시했다.페더 엘리아스는 부석순과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다"며 "지난번 내한 당시 범주, 우지와 만났는데 그때 부석순 곡을 쓰고 있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곡을 써서 빠르게 진행됐다. 곡은 그때 이미 완성했다"고 설명했다.페더 엘리아스 외에도 최근 많은 팝스타가 K팝 가수들과의 협업을 늘려가는 중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페더 엘리아스는 "K팝은 지난 몇 년간 계속 성장해오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존재감이 커졌다.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는 장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국 아티스트와 K팝 아티스트가 컬래버를 할 때 서로 굉장히 다른 음악을 하는 게 아니다. 두 개의 다른 문화가 만나서 흥미로운 믹스가 돼 그런 시도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중에서도 페더 엘리아스의 행보는 유독 흥미롭다. 그는 KBS1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홍대 버스킹에 나서 음악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페더 엘리아스는 홍대 버스킹 당시를 떠올리며 "내게 최고의 추억"이라고 했다. 그는 "굉장히 특별했다. 내게도 굉장히 와닿는 공연이었다"며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듣고 싶은 노래를 묻고 반응을 듣는 게 특별하게 느껴졌다. '음악은 그런 게 아닐까'라고 느끼게 되는 계기였다. 한국 팬들은 따뜻하고 잘 맞이해 주고 마음이 열려 있는, 진심으로 교감할 수 있는 팬들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을 알게 된 것 또한 팬들의 반응 덕분이었다고. 페더 엘리아스는 "내 음악이 한국에서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한국을 알게 됐다. 당시엔 코로나19 기간이라 직접 찾아올 수 없었는데도 한국 팬들이 과자를 보내줬다. 메시지를 받으며 소통하다가 지난해 처음 내한하면서 직접적으로 소통하게 됐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나 활동을 통해 만나는 분들을 통해 이제야 정말 한국 문화에 빠지게 됐다"며 미소 지었다.
한국 팬들의 반응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여권을 뺏어서 불태워버리겠다는 말"이라고 했다.그렇다면 한국의 음악 팬들이 유독 그의 음악에 호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더 엘리아스는 "내가 하는 음악의 바이브, 분위기가 한국 팬들과 많이 동화되는 것 같더라"며 "칠 팝(Chill Pop), 편안하고 좋은 멜로디 등에 한국 팬들이 더 공감해주고 반응해 준다. 나 역시 멜론 TOP 100에 들어가 있는 곡들이 다 좋다. 좋아하는 음악의 결이 같아서 좋아해 주는 게 아닌가 싶다"고 생각을 밝혔다.
한국에서의 활동은 자신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자 배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페더 엘리아스는 음악 시장 규모, 데뷔 시스템 등에서 노르웨이와 한국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면서 "K팝 문화를 접하면서 한국의 아이돌 양성 과정이 시스템화돼 있다는 걸 알았다. 노르웨이는 아티스트가 데뷔하고 대중 앞에 나오는 방법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각종 콘텐츠 촬영 때를 회상하며 "원래는 비디오 촬영을 할 때 스태프도 적고 소규모로 하는데 한국에서 TV 프로그램을 해보니 대단위의 프로덕션으로 진행돼 흥미로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유명한 프로그램에는 조금 더 많이 나가보고 싶다. '인기가요'에서 이영지를 만났는데 그분이 하는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술을 마시면서 하는 거더라. 재밌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반대로 소개해주고 싶은 노르웨이의 아티스트가 있냐는 질문엔 자기 이복형인 Simen Eriksrud가 소속된 EDM 그룹 SEEB를 언급했다. 그간 페더 엘리아스는 음악적 영감을 받아온 인물로 꾸준히 형을 꼽아왔다. 이날 현장에서는 형의 아내가 속한 밴드인 디사운드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대화를 나눠 보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페더 엘리아스였다. 그는 "기존에는 음악을 릴리즈하기 전 이게 나의 색깔을 담았는지 세세하게 고민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 많이 자유로워졌다. 다양한 음악을 포용하고 들으면서 조금 더 즐겁게 음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끝으로 페더 엘리아스는 3월 24일 신곡 '페이퍼 플레인(paper plane)'을 발표한다고 깜짝 공개하며 "올해 안에 새로운 곡을 가지고 공연으로 한국 팬분들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7시에 들어요' 홍보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어로 "한국 팬들 너무 사랑해요. 사장님 '7시에 들어요' 틀어주세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