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펄리 적응증 확대 두고 GSK VS FDA 전문가위원회 공방…GSK 판정승?

[이우상의 글로벌워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면역관문억제제 ‘젬펄리’의 적응증 확장 문제를 두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연 종양약물자문위원회(ODAC)의 회의 결과에 국내외 제약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FDA가 취하는 규제의 눈높이에 따라 희귀 암종 치료를 목적으로 항암제를 개발하는 국내외 신약벤처들의 임상 전략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ODAC의 전문가위원 투표 결과는 GSK 측에 일정 부분 유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GSK가 수행한 젬펄리 임상 2상(NCT04165772)의 임상설계와 평가방법이 적절한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환자 수가 적은 희귀암이란 적응증의 특성을 고려할 때 GSK의 대조군 없는 임상 설계방식은 용인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GSK의 추적 조사 기간은 FDA의 지적처럼 유효성을 제대로 평가하기엔 너무 짧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번 논의의 발단은 지난 8일(미국 시간)로 거슬러 올라간다. FDA는 GSK가 준비 중인 젬펄리의 신속승인 신청에 대해 허가하기 어렵다고 이날 밝히며 9일 ODAC을 열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발표했다.이미 신청된 건에 대해 FDA가 자문위원회(ADCOM)를 열고 검토하는 사례는 많지만, 아직 허가를 신청하지 않은 약물에 대한 전문가 회의를 여는 일은 이례적이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GSK는 임상 2상 결과에 근거해 젬펄리를 불일치 복구결함(dMMR) 및 현미부수체 불안정형(MSI-H) 직장암에 대한 수술 전 보조요법(neoadjuvant)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신속승인 요청을 준비 중이었다.

이에 대해 FDA는 임상 설계와 결과 양쪽을 동시에 지적하며 승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FDA가 지적한 요점은 해당 임상에 대조군이 없는 점과, 평가 지표의 적절성 여부, 추적조사 기간 적절성 여부 등이었다.9일 열린 ODAC에서 대조군이 없는 임상시험의 설계 적정성에 대해 전문가 패널 13명 중 8명은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GSK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FDA는 해당 임상이 젬펄리를 단독으로 사용한 게 아니라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서 화학항암제와 방사선요법, 절제 수술에 이르는 표준치료법(SOC)이 병행된 만큼 대조군 없는 임상이 젬펄리의 효능을 확인하는데 부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에 대해 GSK 편에 선 전문가들의 입장은 환자 수가 적어 대조군을 두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며, 그간 의료현장에 쌓인 표준치료법에 대한 예후 결과로 대조군을 갈음할 수 있지 않겠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상 설계 방식에 이어 이날 도마 위에 오른 쟁점은 GSK가 1차 평가지표로 내세운 '12개월 간의 완전관해'였다. GSK는 젬펄리를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받은 뒤 표준 치료를 받은 환자들 12명에게서 12개월간 완전관해가 유지됐으며, 약물의 유효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요지는 앞의 '12개월'과 뒤의 '완전관해' 양쪽 모두에 있다. FDA는 12개월이 약의 유효성을 보기엔 너무 짧고, 완전관해 역시 1차 평가지표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전문가 패널이 FDA의 편에 섰다. 먼저 1차 평가지표로서의 적정성 여부다. 크리스토퍼 리우 콜로라도대 암센터 교수는 “임상적 완전관해가 무질병 생존기간(DFS)이나 암 전이 발생 등과 명료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생존률 등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아 완전관해가 약의 효능을 입증하는 데 접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어 12개월의 추적기간이 너무 짧다는 데도 대부분 전문가들이 동의했다.

GSK가 무작위 배정 임상을 수행해야 하는지 또한 이날 전문가 회의의 쟁점이었다. ODAC를 앞두고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FDA는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CT)을 수행할 것을 GSK 측에 권고했다. RCT는 임상시험의 신뢰도를 높여줄 수 있는 업계 표준(골든 스탠다드)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GSK는 질환 특성상 RCT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전문가 패널은 GSK의 손을 들어줬다. dMMR 직장암 환자의 비율이 적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였다. FDA에 따르면 미국 내 연간 직장암 발생 건수는 4만6050건이며, 이중 dMMR 사례 추정 유병률은 3~20%였다. 여기에 암전이 여부, 과거 병력 등 환자 등록 조건을 고려하면 임상에 참여할 수 있는 환자 수가 소수로 제한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로는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으로 수행할 때 환자들이 신약(젬펄리)이 아닌 표준치료를 받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GSK 측 임상시험 설계에 따르면 환자들은 6개월 간 젬펄리를 투약한 뒤 표준치료를 시작했다. 환자들의 치료 거부를 예방할 목적으로 어떤 치료법을 받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 맹검으로 시험설계를 바꾸려면 대조군 환자들은 6개월간 치료를 미루며 위약을 투여해야 한다. 이 경우엔 윤리 문제 때문에 임상시험을 승인받기 어려울 수 있다.

GSK는 기존 제출한 자료 외에도 또 다른 단일군 임상2상 데이터를 종합해 총 130명 환자로부터 얻은 12개월의 완전관해 데이터를 근거로 젬펄리의 dMMR 및 MSI-H 직장암에 대한 신속승인을 FDA에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FDA는 여전히 1차 평가지표로서 12개월간의 완전관해 적합한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FDA는 30개월 이상 추적조사하는 무사건생존률(EFS) 등을 1차 평가 지표로 할 것을 GSK 측에 권고하고 있다. 국내 신약 개발 전문가는 “이번 전문가 위원회 한 번으로 결론이 날게 아니라 한동안 GSK와 FDA의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2월 13일 16시40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