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만에 500만 다운로드…SNS서 난리 난 '앱' 뭐길래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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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다가 뭔가를 사게 된다"쇼핑은 아마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 이런 슈퍼 앱에 도전하는 신생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Temu)'와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플랫폼 '본디(Bondee)'가 일으키는 돌풍이 심상찮아 보입니다. 선발주자의 장점을 쏙쏙 가져왔으면서도, 이용자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랫폼에 머물게 하다가 무언가를 사게 하는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테무와 본디의 성장 이유를 한경 긱스(Geeks)가 살펴봤습니다.
세계 강타한 '테무'와 '본디'
막대한 마케팅비 써가며 초저가 판매
초저가 상품을 파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는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기간 직전인 지난해 10월 미국에 선보였다. 출시 이후 4개월도 안 돼 108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유튜브 틱톡 아마존의 기록을 앞서는 무료 앱으로 자리 잡았다. 외신들은 테무는 이미 미국에서 중국 의류 플랫폼 '셰인' 뿐만 아니라 빅테크 아마존과도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테무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피디디홀딩스(옛 핀둬둬)가 지난 10월 미국 시장에 출시한 앱이다. 피디디홀딩스는 중국 내에서도 설립 7년 만에 온라인 쇼핑몰 이용자의 70%를 장악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했다.테무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겨냥해 서로 모일수록 싸게 해주는 전략을 내세웠다. 할인쿠폰을 살포하고 SNS에 홍보 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판매 제품 대부분이 10달러 미만의 중국 제조상품이다. 테무가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를 모토로 내건 배경이다. 레노버의 무선 이어버드는 아마존보다 40%나 낮은 8.47달러에 팔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핏데이터를 인용한 월스트리트 보도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해 11월 일주일간 진행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기간엔 하루평균 7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테무의 가파른 성장세는 모회사인 피디디홀딩스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써서 고객을 유치한 덕분이다. 추천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틱톡의 성장 전략 따라
테무는 틱톡의 미국 출시 전략을 적극적으로 따르고 있다. 둘 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써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자금력이 풍부한 중국 모회사를 두고 있다. 중국 바이트댄스는 미국에 알고리즘 기반 검색 앱 틱톡을 출시하기 위해 약 10억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틱톡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끝없는 동영상 스크롤을 제공하는 것처럼, 테무도 끝없는 제품 스크롤을 제공한다. 핀터레스트에서 하나의 사진을 보면 알고리즘이 비슷한 컬렉션을 알아서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검색할 수 있는 제품 외에도 사용자에게 상품을 추천하거나 개인화된 피드를 제공한다. 또 디지털 물고기 가족을 키워 12달러짜리 상어 슬리퍼를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게임도 앱에서 즐길 수 있다. SNS에 앱을 추천하면 크레딧을 얻을 수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VC)인 안데르센 호로비츠의 코니 챈 파트너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아마존은 개별 온라인 소매업체가 검색의 우선순위이지만, 테무는 '발견 기반'의 쇼핑 앱으로 이용자에게 재미를 제공하는 '쇼퍼테인먼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는 즐기는 앱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할 것"이라며 "구매할 제품이 없어도 그저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사야 할 물건을 발견하게 하는 게 중국식 플랫폼 성장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50명 '찐친'만 초대하는 본디
싱가포르 스타트업 메타드림이 만든 본디는 아시아 시장을 강타했다. 동남아시아와 일본 한국에서 지난달 17일 공식 버전이 출시된 이후 3주 만에 구글플레이에서 500만 이상 다운로드됐다.본디는 익명성이 강한 메타버스 플랫폼과 달리 지인과 소통하는 점이 특징이다. 최대 50명까지 친구를 맺을 수 있고 24시간 이내 촬영한 사진만 올릴 수 있다. 본디가 자사 서비스를 '찐친(진짜 친한 친구)들의 메타버스 아지트'라고 부르는 이유다. 본디 앱 설명에도 '더 이상 주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요'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끼리끼리 모이는 '커뮤니티'의 특성과 특별한 일없이도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게 하는 플랫폼의 기능이 어우러져 있다.본디는 기존 SNS의 특장점을 모두 가져왔다. 2000년대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처럼 내 방과 아바타를 꾸미고 배경음악을 고른다. 자신이 직접 꾸민 방에 친구를 초대하고, 친구 방에 놀러 가서 쪽지를 붙일 수도 있다.
2차원(2D)에서 3D 이미지로 바뀐 게 큰 차별점이다. 얼굴 모양, 헤어스타일, 의류, 신발까지 원하는 스타일로 아바타를 꾸미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파부터 드럼, 러그까지 취향대로 방 꾸미기도 가능하다. 3D 아바타는 강력한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인스타그램, 틱톡엔 본디 아바타의 패션이나 방 인테리어 관련 사진과 영상이 활발하게 공유될 정도다.카카오톡처럼 자신의 상태 메시지를 설정하고 한정된 친구와 대화할 수 있다. 자신의 상태를 표시하기 위해 아바타가 쓰레기봉투를 던질 수도,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있을 수도 있다. 친구와 대화할 땐 글만이 아니라 움직이는 아바타가 함께한다.
인스타그램처럼 사진을 찍어 올리면 댓글을 달 수도 있다. 다만 24시간 이내 촬영한 사진만 올릴 수 있다. 페이스북처럼 친구에게 '콕 찌르기'를 보내 관심을 표시하기도 한다.
새로운 사람과 만날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배를 띄운다는 의미의 '플로팅' 기능을 통해 트위터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BGM을 들으며 작은 보트를 탄 내 아바타가 잔잔한 바다를 떠다니다가 메시지를 적어 '해류병'을 던지면, 누군가 보고 다가올 수도 있다. 플로팅을 하면서 아바타나 방 꾸미기에 사용할 수 있는 '럭키 아이템'을 무료로 받을 수도 있다.
블록체인 지갑에서 NFT 구매도
본디를 개발한 메타드림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일본, 한국, 미국의 팀들과 협력하고 있다. 태국과 필리핀에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메타드림은 지난해 5월 트루리의 지식재산권을 인수하면서 본디를 출시했다. 트루리는 지난해 중국에 SNS 젤리를 출시했다가 개인정보 침해 논란 등으로 한 달 만에 철수했다. 이 때문에 본디 역시 '중국 국적 앱'이라는 의혹이 일면서 개인 정보 침해 우려 속에 탈퇴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본디는 아직까진 무료로 아이템을 이용할 수 있지만, 게임 내 가상통화인 B-Beans로 앱에서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향후 출시할 NFT 구매에 사용될 전망이다. 본디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에 따르면 사용자는 플랫폼 내의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블록체인 기반 지갑을 생성할 수 있으며, 앱은 구매를 위해 블록체인 지갑 잔액, B-Beans 주문 정보 및 NFT 주문 정보와 같은 정보를 수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