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행물체 4번째 격추…전쟁하듯 '풍선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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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연속 전투기 띄워 떨어뜨려미국이 12일(현지시간)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서 미확인 비행물체를 격추했다. 지난 10일부터 사흘 연속 같은 일을 반복한 것으로 4일 중국 정찰풍선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 격추다.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중국에서도 미확인 비행물체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미 국방부는 이날 F-16 전투기가 미시간주 휴런호의 약 6000m 상공에서 비행하던 물체를 AIM-9X 열추적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등의 건의에 따라 격추를 명령했다고 미 국방부는 전했다.미 국방부는 “비행체가 군사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정찰 능력을 보유했을 수 있어 위협으로 판단했다”며 “전날 미국 몬태나주 상공에서 국방부의 민감한 시설 인근을 비행한 물체와 같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날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캐나다 영공에서 인근 몬태나주로 넘어온 비행체를 감지해 전투기를 보냈지만, 비행체를 발견하지 못했고 이날 다시 추적해 격추했다.
이번엔 美·캐나다 동북쪽 국경서
中서도 미확인 비행물체 포착
"美풍선 10번 이상 침범" 주장
미국이 자국과 캐나다 영공에서 비행체를 격추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4일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했다. 10일과 11일에는 미국 알래스카와 캐나다 유콘에서 각각 미확인 비행물체를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
글렌 벤허크 미 북부사령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에 격추한 비행체가 풍선처럼 가스를 채운 구조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풍선 대신 물체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 비행체가 크기와 속도, 바람과 함께 이동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특징은 잔해를 분석해야 알 수 있다”며 “특정 국가의 비행체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미군은 감시 체계를 강화한 뒤 사흘 연속 미확인 비행 물체를 발견했다. 레이더 설정 조건을 좀 더 확대해 더 많은 비행체를 포착했다는 설명이다.
벤허크 사령관은 “중국 풍선 사건 이후 저속 물체도 감지할 수 있도록 레이더 설정을 바꿔 감지되는 신호를 더 잘 분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찰풍선과 세 개의 미확인 물체를 격추하는 데 미군의 주력 전투기가 동원됐다. 이날만 F-16 전투기가 출동했으며 이전에는 모두 F-22 랩터가 쓰였다. 격추용 미사일로는 모두 AIM-9X가 사용됐다. 미 군사매체인 워존은 AIM-9X 미사일 1기당 가격이 47만2000달러(약 6억원)라고 전했다. 이에 비해 정찰풍선 비용은 380달러 정도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미국에 등장한 정찰 풍선이 캐나다를 넘어 영국으로 넘어갔다는 의혹도 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영국과 동맹국들은 영공 침입이 우리 안보에 어떤 의미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13일 공식 발표했다.
중국도 미확인 비행물체를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지무신문(極目新聞) 등에 따르면 칭다오시 지모구 해양발전국은 이날 르자오시 인근 해역에서 미확인 비행물체를 발견했으며, 격추를 준비하고 있다고 통지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지난해 초부터 미국의 고공 기구(풍선)가 10차례 이상 중국 영공을 불법으로 비행했다”며 “미국은 태도를 바꾸고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17일까지 랴오닝성 다롄 근해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 상공에 정찰 풍선을 띄웠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