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직원 팔아 밥그릇 챙기는 기성노조에 염증…싹 새로 고치자"

60년 노조문화 바꾸는 MZ세대
(1) 흔들리는 양대노총 체제…'MZ세대의 반란'

새로고침 노동자協 21일 발대식
LG전자·금호타이어·서울교통公
사무·연구직 근로자 주축 가입
2030 많은 IT업체 합류 늘 듯

생산직 초봉, 사무 5년차보다↑
명분 없는 정치파업 일삼고
4050세대 유리한 복지만 늘려
"생산라인 쥐락펴락 강성노조에
워라밸 뺏기고 월급까지 뜯긴셈"
혈우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SK플라즈마의 임금 구조는 기형적이다. 소위 명문대를 나와 SK그룹 계열사에 입사한 사무직 5년 차 연봉이 고등학교와 전문대 졸업자 등이 섞여 있는 생산직 신입보다 적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노사 협상에서 수년간 생산직 연봉만 더 많이 올렸기 때문이다. 사무직 직원의 불만이 터진 뒤 나온 해결책은 더 황당했다. 회사 측은 생산직 신입 직원의 기본급을 평균 8% 깎는 방식으로 사무직 직원과 연봉을 맞췄다. 노조 압박에 기존 생산직 직원의 월급 체계는 손도 못 댔다.

“파업 나간 노조 일 대신 못한다”

SK플라즈마는 기성 노조의 전횡이 어떻게 20·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사무직의 피해로 귀결되는지를 알려주는 단적인 사례다. MZ 노조는 이렇게 기성 노조가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기는커녕 피해만 준다는 생각에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결성됐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는 민주노총의 정치 투쟁과 불법 파업이 자신의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며 “두 세대 간 간극이 존재하는 한 MZ 노조는 세력을 계속 키워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MZ세대는 특히 기성 노조의 정치 파업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사무직으로 입사한 A씨(28)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는 최근 1주일에 사흘씩 야근을 하며 100시간 가까이 승무원 교육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조 소속인 회사 노조 파업에 대비해 사무직 일부가 승무원 대신 일하기로 돼 있어서다. A씨는 “정작 내 업무는 교육 후 회사에 돌아와 밤에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가 쓰지 마” 조사 결과 내놓기도

노동운동을 한다며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중장년층에 반발해 MZ 노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서울교통공사가 그런 사례다. 이 회사는 민주노총 소속인 제1 노조 요구로 2021년 ‘자녀입영 휴가제도’를 신설했다. 자녀가 군에 입대하는 40~50대 직원들의 요구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반면 20~30대가 주로 해당하는 육아휴직자 복지포인트를 총 5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였다. 회사 게시판엔 “군대 가는 자기 자식은 귀하고 남의 자식은 안중에도 없느냐”는 젊은 직원들의 항의 글이 쏟아졌다.MZ세대와 기성 노조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두고도 큰 간극을 보인다. 삼성생명 직원노조는 지난해 1월 ‘연차 80% 이상 의무 사용’ 제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의무 연차 일수가 너무 과하다”는 답변이 63.1%로 과반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의무 연차 일수가 줄어들면 연차 미사용에 대한 수당이 늘어나는 반면 연차를 마음대로 쓰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노조 중심인 40~50대가 연차 대신 수당을 받기 위해 설문을 시작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20~30대의 입장은 MZ 노조라고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설립 결의문에도 잘 나타난다. 예를 들어 이들은 제7조에서 ‘국가경쟁력 제고와 국민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노사정의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투명한 노동시장 조성’에 대해 결의했다.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부터 하는 기성 노조와는 선을 긋겠다는 것이다. ‘산업민주주의 실현’(제5조) 등 노사가 함께 성장하는 내용도 담았다. ‘사회적 공감대 조성’(제6조)에선 정치나 대북 이슈 등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결의가 담겼다.

전문가들은 기성 노조가 무리한 파업과 정치 투쟁을 지속할 경우 MZ 노조는 자연스럽게 세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젊은 세대가 아직 경험이 없어서 민주노총을 반대하고 있다는 식의 교조적 사고는 기성 노조의 쇠퇴만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식/박시온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