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인데…주가 반토막에 '매도'까지 나온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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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1년여 만에 주가 반토막가구업계 1위 한샘이 상장 후 처음으로 지난해 영업 적자를 냈다. 부동산 거래 절벽이 이어져 리모델링 사업 실적이 크게 악화한 탓이다. 실적이 부진하자 주가도 급락했다.
"고금리·부동산 가격 하락…거래 절벽 때문"
"디지털 전환·체질 개선으로 경쟁력 제고"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전날까지 한샘의 주가는 반토막 났다. 지난해 첫 거래일 9만2600원에 거래를 시작한 한샘은 이날 오후 2시30분 현재 4만6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주체 모두가 한샘 주식을 팔아치웠다.해당 기간(2022년 1월3일~2023년 2월13일)동안 기관과 외국인, 개인 투자자 모두 한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순매도액은 각각 기관 450억원, 외국인 352억원, 개인 108억원이었다. 일부 기타법인만 한샘을 910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이는 2021년 11월 말부터 한샘이 1083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한 결과로 보인다. 한샘은 최근 3차례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자사주 보유 비율을 23.08%에서 32.63%까지 끌어올렸다.
작년 실적이 발표된 후에는 하락세가 더 가팔라졌다.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 10일에도 한샘의 주가는 전일 대비 6.18% 급락했다. 한샘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잠정)은 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한샘의 2021년 영업이익은 692억64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원으로 전년(2조2312억원) 대비 10.4%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711억46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가, 사실상 '매도' 리포트까지 내놔
한샘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자 증권가에선 일제히 부정적인 투자의견을 내놨다. 한샘의 실적이 공개된 후 리포트를 낸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4곳이다. 이들 모두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올해도 업황이 저조해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에서다.리포트 작성 시점의 주가보다 목표주가를 낮게 설정한 증권사도 있었다. 사실상 '매도' 의견을 밝힌 것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기준 주가(4만7100원)보다 15.1% 낮은 4만원을 목표가로 제시했다. 유안타증권도 기준 주가보다 4% 낮은 4만8000원을 목표가로 정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샘은 지난해 4개 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기록했다"며 "매출이 성장하려면 거시경제(매크로) 환경에 의미 있는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분석했다.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 기대감이 낮아졌고, 특판 가구 담합 의혹 관련 불확실성도 주가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담합 의혹 관련 충당금 683억원이 작년 4분기 영업외비용으로 반영돼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달 초 검찰은 한샘·현대리바트 등 9개 가구회사의 사무실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거래 절벽으로 실적 악화
한샘 등 인테리어 업종에 가장 중요한 지표는 매매 거래량이다. 일반적으로 인테리어 공사는 이사할 때 진행하기 때문이다. 주택 매매 거래량은 2020년 정점을 찍은 후 대출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인해 꽁꽁 얼어붙었다.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매매 거래량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작년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50만8790건으로 전년(101만5171건)에 비해 49.9% 감소했다. 아파트로 범위를 좁혀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29만8581건으로 전년(66만9182건) 대비 56.4%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래 최저치다.한샘의 부문별 매출을 보면 매매 거래량과 실적의 연관성이 드러난다. 지난해 한샘의 리하우스(리모델링), 홈퍼니싱(가구) 부문의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24.8%, 14.3% 줄었다. 부동산 시장이 한파를 맞으며 리모델링과 가구 시장도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회사 측은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고, 가구 수요가 줄어 매출이 하락했다"며 "원자재 가격과 시공비용이 상승해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한샘의 실적이 개선되려면 부동산 시장이 회복돼야 하는데, 매수 심리는 꺾인 모습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2021년 12월 이후 최근까지 기준선(100) 아래에 머무르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매수)와 공급(매도)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이 지수가 기준선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지난해 12월 기준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70.5였다. 올해 1월 말 지수는 73까지 소폭 올랐지만, 2월 첫째 주 72.1로 떨어져 아파트 매수 심리가 다시 꺾였다. 같은 기간 서울의 매매수급 지수는 전 주 대비 0.5포인트 하락한 66이었다.
한샘 "디지털전환(DT)으로 위기 극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샘은 승부수를 던졌다. 한샘은 기존 한샘몰과 한샘닷컴을 통합한 디지털 플랫폼을 1분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한샘 관계자는 "리모델링 시장에선 불균형한 정보 등에서 오는 불이익을 고객이 감수해야 했다"며 "통합 플랫폼으로 문제를 해결해 시장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분시공 상품과 홈퍼니싱 브랜드를 강화해 업황의 영향을 받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한샘의 자구책에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샘은 DT를 통해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기존 오프라인 경쟁력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김기룡 연구원은 "한샘이 온라인 채널을 강화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내 영향력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사옥 매각을 통한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계획도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한샘 측은 "상암동 본사 사옥 매각은 자산 유동화 차원에서 검토중이며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