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진 임박" 10초 뒤 주문량 치솟았다…홈쇼핑 0.5평 방의 비밀 [박종관의 유통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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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홈쇼핑 생방송 뒤지난 13일 오후 1시에 찾은 서울 방배동 CJ온스타일 3층 생방송 부조정실. 방송을 책임지는 PD와 상품기획자(MD)가 모여있는 이곳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해진 방송 시간이 끝을 향해 달려가자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PD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다. "매진 임박을 외쳐달라"는 PD의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방송 속 쇼호스트는 "준비된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주문을 서둘러달라"는 멘트를 날렸다. 10초 뒤 실시간 주문량을 집계하는 모니터 속 그래프는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전쟁터처럼 치열한 '워룸'
전쟁터처럼 치열한 '워룸'
부조정실 왼쪽 구석엔 유리로 된 작은 방이 눈에 띄었다. 성인 남성 두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이 공간은 생방송에 나오는 상품을 기획한 MD의 자리다.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주문량과 성별·연령별 주문 고객 현황, 재고 수량 등 빅데이터가 이곳으로 모인다. 부조정실 안에서도 전쟁터처럼 가장 치열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워룸(war room)'으로 불린다.MD는 워룸 안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PD와 소통하며 판매 전략을 세운다. 이날 방송이 시작한 지 10여분이 지났지만 예상보다 주문량이 저조하자 김희은 잡화언더웨어 담당 MD(부장)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 부장은 담당 PD에게 "시청자들이 지루해하는 것 같으니 설명보단 상품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해달라"고 요청했다. 쇼호스트가 상품 설명을 줄이고, 카메라가 이날 판매 상품인 구두를 클로즈업해서 잡아주자 귀신같이 판매량이 뛰기 시작했다. 이어 김 부장은 "블랙 색상 강조하는 멘트를 해달라"고 전했다. 김 부장은 "오늘은 다른 색상에 비해 블랙이 월등히 잘 나가는 분위기"라며 "이럴 땐 잘 팔리는 색상과 모델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전쟁 같은 생방송이 끝나자 성적표가 바로 나왔다. 구두와 핸드백을 판매한 40분간의 방송에서 약 1억2000만원의 매출이 나왔다. 1300명이 넘는 소비자가 방송을 보고 상품을 주문했다. 김 부장은 "가장 비수기인 평일 낮 시간대이다보니 매출이 높은 편은 아니다"면서 "주요 시간대엔 1시간 방송에 7억이 넘는 매출이 찍히기도 한다"고 했다.
"본업인 홈쇼핑과 PB 시너지"
부조정실이 방송을 총괄하는 '머리' 역할을 한다면 생방송 스튜디오는 실제 방송이 이뤄지는 '몸통' 역할을 맡고 있다. CJ온스타일은 방배동 본사에 규모와 용도가 다른 네 개의 생방송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홈쇼핑업계 최초로 모든 스튜디오에는 '미디어월'을 설치했다.미디어월은 홈쇼핑 방송의 무대이자 배경 역할을 한다. 기존에는 연극 무대처럼 방송마다 목재 세트장을 따로 제작해 사용했다. 생방송이 끝나고 다음 생방송으로 넘어갈 때 세트를 움직여 바꾸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방송이 끝나면 이를 모두 폐기하다보니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을 이어 붙여 만든 미디어월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했다. 세트를 움직일 필요 없이 미디어월에 새로운 화면만 송출하면 다음 방송 준비가 끝난다. 방송마다 세트를 만들지 않아도 돼 비용을 크게 아꼈다.
방송에 생동감도 더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방송에서 미디어월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여행상품을 판매할 때 나이아가라 폭포 영상을 미디어월에 띄우는 식이다. CJ온스타일은 TV 시청 시간이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홈쇼핑 산업 자체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소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방송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의류, 리빙 카테고리에서 자체브랜드(PB)를 키워 홈쇼핑 외에 새로운 먹거리를 육성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본업인 홈쇼핑과 함께 PB 경쟁력을 키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관/안정훈/최해련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