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부리고"…에스엠 인수전에 입맛 쓴 카카오 주주 [마켓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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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대표적인 투자자는 카카오 주주들이다. 자회사의 잇따른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급락한 뒤, 최근엔 경기 하락 우려까지 커지면서 전고점 회복은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전에도 뛰어들면서 걱정거리는 더 커지고 있다.

○절박한 카카오엔터 대신 나선 카카오

지난 7일 카카오는 에스엠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에 약 2172억원을 투입, 지분 9.05%를 확보한다고 공시했다. 주목할 점은 지분 확보에 대한 조건이다. 카카오는 이렇게 확보한 지분을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인수주체가 카카오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선 카카오엔터의 현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반면 에스엠 인수가 절박했던 탓이라고 해석한다. 모회사인 카카오가 대신 나설 수밖에 없었단 얘기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카카오엔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800억원으로 확인된다. 지난 1월 사우디 국부펀드와 GIF를 통해 1조1500억원의 자금을 투자(이중 타법인증권 취득 자금은 5800억원)받았으나 아직 납입되지 않았다.
한편 지난 1월 카카오엔터가 사우디 국부펀드 등에 투자를 받은 건 사실상 에스엠 인수를 전제로 뒀다는 시각이 시장엔 팽배하다. 카카오엔터가 연예기획사나 웹소설 플랫폼 등을 거느리고 있으나 수익성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다. 실제 카카오엔터는 타 법인 취득 계획에 대해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을 비롯한 다양한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운용본부장(CIO)은 "카카오엔터가 10조5000억원 밸류에이션에 사우디 국부펀드 등의 투자를 받은 건 사실상 에스엠 인수를 전제로 했기 때문"이라며 "에스엠을 인수하지 못하면 적정 밸류에이션이 절반 이하로 낮아진다"고 언급했다.

때문에 카카오로선 물러서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카카오엔터를 IPO 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그만큼 기업가치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이브의 참전이다. 카카오가 하이브에 맞서 공개매수를 진행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들게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카카오가 향후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추가로 약 1조원에서 최대 3조5000억원까지도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에스엠 인수 실익 카카오 주주 누릴 수 있나"

이 경우 카카오 주주 입장에서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좋은 일은 향후 상장할 예정인 자회사(카카오엔터)만 시키는 모양새가 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상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높인다면 유상증자 대금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카카오 및 계열사의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문제는 에스엠 경영권 확보를 통한 실익은 (지분 양도를 통해)카카오가 아닌 카카오엔터 주주가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가 당연히 제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카카오가 더 이상 에스엠의 지분확대에 나서지 않을 경우에도 문제는 남는다. 지분인수 당시 내세웠던 에스엠과의 시너지를 더 기대하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이브가 에스엠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 카카오는 2대주주로서 에스엠과의 사업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예 인수를 포기하거나 작정하고 지분 확대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이번 인수전의 결과로 에스엠 주주들은 그야말로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 인수전이 격화할 수록 하이브가 공개인수를 제안한 12만원 이상엔 주식을 팔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 주주들은 괜한 주가변동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에스엠 지분 인수와 관련해 경영권 분쟁에 돌입할 경우 카카오의 투자 금액이 증가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카카오 주가는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