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원유 감산에 美는 비축유 풀어 '유가 안정'

中리오프닝 등 겹쳐 급등 우려
두달간 2600만배럴 방출키로
WTI·브렌트유값 상승세 주춤
미국 정부가 전략비축유를 추가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가 최근 원유 감산 계획을 발표하며 유가 상승을 부채질한 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미 에너지부는 오는 4월부터 두 달간 전략비축유 2600만 배럴을 방출한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비축유 방출의 직접적인 이유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미 의회가 제정한 초당적 예산안이다. 이 예산안에 방출 계획이 담겼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억8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시장에 푼 것을 감안해 올해 예정됐던 2600만 배럴 방출은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러시아의 원유 감산 결정 등으로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자 기존 결정대로 비축유를 시장에 내다 팔기로 했다. 지난 10일 러시아는 다음달부터 하루 50만 배럴의 원유 감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올여름 유가가 다시 뛰어오를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이란 분석도 나온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애널리스트는 폭스비즈니스에 “올여름 휴가철에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축유를 풀기로 한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내에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로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비축유 방출 소식에 오름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는 하락 전환했다. 14일 뉴욕상업거래소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94센트(1.17%) 내린 배럴당 79.20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4월물 가격은 전장 대비 70센트(0.81%) 하락한 배럴당 85.9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방출에 미국의 비축유 재고는 대폭 쪼그라들었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이달 기준 비축유는 약 3억7160만 배럴로 1983년 12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