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던 나무가 어떻게 화석 됐을까"…천연기념물 된 나무 화석

국립문화재연구원, 일반 관람객 대상 첫 공개…"자연유산 관심 커지길"
"이게 나무라고?", "나무는 원래 서 있는데 어떻게 된 걸까?"
14일 오후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천연기념물센터. 공룡 발자국 화석을 비롯한 각종 지질 유산을 보관하는 표본관리동 수장고를 찾은 시민 20여 명은 입구에서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이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는 듯한 나무였다.

표면의 색이 검게 변하기는 했지만, 나무의 형태와 구조가 고스란히 남은 이 화석의 정식 명칭은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나무 화석 가운데 가장 큰 화석이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이 올해 1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포항 나무 화석을 일반에 공개했다. 2009년 도로 건설을 앞두고 진행한 조사에서 존재가 알려진 이후 처음으로 관람객과 만나는 자리다.

이 화석은 약 3년에 걸쳐 약품 도포, 파편 접합 등 보존처리 작업을 한 뒤 수장고에 보관돼 있었다.

이날 나무 화석을 처음 본 관람객들은 그 크기를 보고 놀란 듯했다. 포항 나무 화석의 길이는 약 10.2m, 건물로 따지면 3층 높이에 해당한다.

성인 12명이 양팔을 뻗어 손을 잡아야 할 정도의 크기 화석이 이 정도로 잘 보존된 건 이례적이다.
정승호 자연문화재연구실 담당 학예연구사는 "처음에는 숯처럼 아주 약한 상태였지만, 보존처리 작업을 모두 끝내고 이렇게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말하자 관람객들은 고개를 쭉 내밀고 화석을 바라봤다. 눈앞에서 대형 화석을 본 관람객들은 인증 사진을 남기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한 중년 여성은 휴대전화 화면에 화석이 다 담기지 않는 듯 이리저리 각도를 조절하며 찍기도 했다.

누군가 화석에 손을 뻗으려 하자, 정 학예연구사는 "자세히 보는 건 괜찮지만 만지면 안 된다"며 웃었다.

이날 관람객들은 나무 화석뿐 아니라 수장고에 숨어 있는 '보물'을 찾느라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표본관리동 수장고에는 국내 최초로 보고된 4족 보행 조각류(鳥脚類·초식공룡) 공룡 발자국 화석, 신생대 고래 골격 화석 등을 포함해 다양한 화석과 암석 1천350여 점이 보관돼 있다.

"경남 고성군에서 나온 화석이에요.

조각류 공룡의 앞발과 뒷발 즉, 네 발이 함께 찍힌 흔적은 많지 않은데 이게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에요.

어디가 앞인지, 어디가 뒤인지 아시겠나요?"
정 학예연구사의 설명을 듣던 사람들은 발자국 모양을 가리키며 서로 열띤 논의를 펼치기도 했다.

수장고 설명의 마지막은 포항에서 나온 고래 골격 화석이었다.
나무 화석과 마찬가지로 포항 일대에서 발견됐으나, 당시 자연환경은 달랐으리라 추정된다.

연구원 한 관계자는 "지금의 동해는 오래전에 호수였는데 담수에서 해수로 바뀌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게 바로 고래 골격 화석"이라며 "등뼈를 비롯해 형체가 온전히 있는 화석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색다른 경험에 즐거워하며 더 많은 자연유산을 볼 수 있기를 바랐다.

초등학생인 임서윤 양은 "나무 화석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어떻게 화석이 됐는지 궁금하다.

공룡알 화석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보관된 점도 신기했다"며 즐거워했다.

대전에 사는 천상인 씨는 "수장고, 특히 자연유산 수장고는 쉽게 개방되지 않다 보니 미리 신청해서 왔다"며 "우리나라 천연기념물과 자연유산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나무 화석을 비롯한 수장고 공개 행사는 이달 28일까지 이어진다.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원 자연문화재연구실장은 "천연기념물 나무 화석을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소중한 자연유산이 많고 문화적 가치가 크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많은 관심을 바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