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총재에 우에다 내정…'금융완화 출구 모색' 관측

일본은행 새 총재로 발탁된 우에다 가즈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의 차기 총재로 우에다 가즈오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사진)을 지명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그의 취임으로 일본이 10년째 고수해 온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서 벗어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4월 8일 퇴임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후임자로 우에다 심의위원을 기용하겠다는 인사안을 이날 의회에 제출했다. 차기 부총재로는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이사와 히미노 료조 전 금융청 장관을 지명했다. 일본은행 총재와 부총재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의 동의를 거쳐 임명된다.경제학자 출신 일본은행 총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우에다 총재 내정자는 도쿄대 명예교수로 일본의 대표 금융정책 연구가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은행 심의위원으로 활동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총재 기용설이 보도된 지난 10일 “현재 일본은행 정책은 적절하며 당분간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은 그가 경제 상황을 지켜보며 점진적으로 금융정책 변화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은행 전직 관계자를 인용해 “그는 아베노믹스에 고착된 사고를 하지 않으며 경제 상황에 따라 정통적 판단을 하는 인물로 일본의 기준금리 정책기조를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경제다. 이날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3분기(-1.0%) 마이너스 성장에서 반등했으나 시장 추정치인 2.0%는 밑돌았다. 관광 회복으로 민간소비는 0.5% 증가했지만 설비투자가 0.5% 감소했다.1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인플레이션으로 수요 회복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일본 기업들의 수출이 위축될 위험이 크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일본 이코노미스트 대런 테이는 “선진국들이 경기침체로 접어들며 기업투자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일본도 상반기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장이 둔화되면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종료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미나미 다케시 노린추킨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해외 경기 둔화로 일본은행의 올해 통화정책 정상화가 어려울 수 있다”며 “적어도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