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1.2조 배상 피했다…호주 자원업체와 중재 합의

원유 해상설비 지연 분쟁 종료
대우조선, 훨씬 적은 합의금 지급
재무구조 악화 없이 한화 품으로
대우조선해양이 부유식 원유 해상 생산설비(FPSO) 공정 지연의 책임을 두고 호주 자원개발업체 인펙스와 벌여온 1조2300억원 규모 국제 중재가 최근 종결됐다. 양측이 더 이상 이 문제로 법적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로 합의하면서다. 발 빠른 합의에 성공하면서 1조원 이상을 날릴 위기에서 벗어났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최근 인펙스와 합의해 FPSO 공정 지연 책임을 다룬 국제 중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우조선은 당초 인펙스가 손해배상액으로 제시한 9억7000만달러(약 1조2300억원)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합의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분쟁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인펙스는 지난해 8월 대우조선의 FPSO 공정이 지연돼 손해를 봤다며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중재를 신청했다. FPSO는 바닷속 유전에서 뽑아낸 원유를 곧바로 해상에서 정제하는 설비다. 대우조선은 2017년 7월 호주 해상에 FPSO를 설치한 뒤 약 2년간의 생산준비를 마치고 이 설비를 2019년 6월 인펙스에 인도했다. 인펙스는 대우조선의 생산준비 작업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진 데다 FPSO에도 하자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우조선은 “FPSO 설치 및 인도는 계약대로 진행됐으며 인펙스가 제시한 손해배상액 역시 과장됐다”며 적극적으로 방어 논리를 펼쳤다. FPSO를 넘겨주는 과정에서 상황이 바뀌어 추가로 투입한 비용에 대해서도 “인펙스의 승인을 받았다”고 맞섰다. 인펙스는 현재 이 FPSO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1조원대 손해배상금이 걸린 분쟁이라면 장기간 치열하게 법리 다툼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인펙스가 애초에 협상을 위한 카드로 중재를 제기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배상 위기를 넘긴 대우조선은 별다른 재무구조의 돌발 악화 없이 한화그룹 품에 안기게 됐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