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노조, 근로자와 관계없는 문제로 힘 낭비"

'새로고침' 유준환 의장

정치투쟁 방식 아니라도
조합원 권리 얼마든지 주장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라는 구호가 평범한 근로자들에게 와닿겠습니까.”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도하는 노동조합 모임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 의장(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성 노조가 근로자와 관계없는 문제로 힘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정치적 투쟁 노선을 두고 고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새로고침 협의회 출범을 앞두고 열린 사전 회의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점에 대해 많은 논의를 거쳤고, 그 결과물이 지금의 협의체 성격으로 수렴됐다. 유 의장은 “노조 협의체로서 노동 정책이나 노동법 관련 이슈가 있다면 분명히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학파인 그가 노동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 계기는 2021년 초 업계에 불거진 ‘성과급 논란’이다. 불투명한 지급 기준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한 동료들의 생각을 묻기 위해 블라인드에 설문한 것이 그해 2월 26일 LG전자 최초의 사무직 노동조합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졌다.

정치 투쟁 없이도 노동자에게 필요한 권리는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 의장은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옳았다는 점이 증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MZ세대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업계 노조와 소통하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단 나이나 세대보다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유 의장이 이끄는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는 가입자의 절반가량이 40~50대 중장년층이다. 그는 “‘공정성’이나 ‘정보의 투명성’ 등 가치관에 동의하느냐가 연대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유 의장은 “회사 연봉과 복지제도, 취업에 필요한 스펙 등 구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등 노동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