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숙박시설 등 억대 '마피' 속출…미입주 대란 오나

고금리에 전셋값도 급락…분양시 1억 웃돈, 현재 1억 싸도 안 팔려
2년 전 상한제 피해 고가 분양…집값 하락에 입주 관리 비상

2년 전 서울에서 고가의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올해 하반기로 입주일자가 다가오고 있는데 분양권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져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A씨는 "집값 급등기에 시세차익을 겸해 분양받은 상품이 애물단지가 될 줄은 몰랐다"며 "금리가 높고 전셋값이 급락해 잔금마련이 힘들 것 같아 손실을 안고서라도 팔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고금리와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생활형 숙박시설 등 투자용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신규 사업과 분양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분양권 시장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일명 '마피')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부동산 과열기인 2020∼2021년 분양가 통제없이 고분양가에 공급됐던 물건들로, 최근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들 수익형 상품의 '미입주 폭탄'이 부동산 시장 경색을 가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강남 수익형도 억대 '마피'…살 사람이 없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3월 서울 서초구에 분양됐던 교대역 인근 엘루크 반포는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현재 부동산 관련 포털에 '계약금 포기' 또는 '마피' 등이 적힌 매물이 줄줄이 올라와 있다.

전매가 가능한 이 오피스텔은 현재 부동산 포털에 공급면적 24㎡의 경우 분양가에서 최대 3천만원, 50㎡는 7천만∼8천만원, 최대 1억원까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중도금 무이자로 분양돼 계약금을 포기하고 넘기겠다는 매물도 있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룸형 오피스텔이 고가에 분양됐다가 최근 주변 집값이 하락하고, 금리는 높아지면서 수분양자들이 손절매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7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 논현동 루시아도산208 도시형 생활주택은 일부 무피부터 최대 1억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지난 2021년 9월 '투자 광풍'을 일으켰던 강서구 마곡특별계획구역 '롯데캐슬 르웨스트' 생활형 숙박시설도 예외는 아니다.

이 상품은 분양 당시 청약통장과 무관하고 분양권 전매도 자유로워 57만여건의 역대급 청약 건수가 몰리며 평균 경쟁률이 657대 1이 달했고, 분양 직후 1억원대의 프리미엄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면적에 따라 5천만원, 최대 1억3천만원의 '마피' 상태로 매물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전용 111㎡가 21억원에 육박하는 등 분양가가 높았던 데다 금리 인상, 집값 및 전셋값 하락의 골이 깊어지면서 분양 계약자들이 매물을 던지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 이하 매물이 많은데 투자심리가 급랭해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팔 사람은 많은데 살 사람은 없어서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방도 문제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작년까지 지방에서 주거형으로 인기리에 분양된 오피스텔도 고금리와 집값 하락 이후 상황이 반전했다"며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오피스텔 분양가 2년 새 2배 급등…미입주 대란 우려
오피스텔 등 투자상품은 부동산 과열기인 2020년부터 2021년에 집중적으로 공급됐다.

2020년 8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주택 매매와 전셋값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하며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공급이 줄을 이었다.

특히 사업주체들은 과열기를 틈타 분양가 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해 '하이엔드급'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고급 레지던스를 표방한 생활형 숙박시설을 높은 분양가에 대거 분양했다.

그런데도 청약규제를 받지 않고, 규제지역내 100실 이상의 오피스텔을 제외하고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투기성 자금이 대거 몰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의 오피스텔 분양가는 2020년 3.3㎡당 1천166만원에서 2021년 1천296만원, 2022년에는 1천573만원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서울의 오피스텔 분양가는 2020년 3.3㎡당 2천77만원이었으나 2021년 3천7만원으로 3.3㎡당 1천만원이 오른 뒤, 지난해는 4천173만원으로 2년 전의 2배가 됐다.

청약홈 분양 기준으로 2020년 분양물량은 전국 4만9천411실에서 2021년 5만6천724실로 크게 늘어난 뒤 지난해 금리 인상 여파로 2만5천889실로 줄었으나 분양가는 되레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2년 전 상한제를 피해 고분양가로 분양된 수익형 상품들의 입주가 올해부터 대거 몰리면서 분양가 이하 급매물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분양 대금 마련 차질로 미입주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대부분의 수익형 상품이 중도금 무이자 등의 조건으로 분양돼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사이 금리가 급등하면서 잔금 전환 시 자금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특히 최근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전셋값도 급락해 임차인을 제때 구하지 못할 경우 미입주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남권에 초고가로 분양된 도시형 생활주택도 시한폭탄이다.

지난해 7월 준공한 서초구 반포동의 도시형생활주택 '더샵반포리버파크'는 주변 아파트값이 크게 하락하자 고분양가 논란이 재점화하며 입주예정자협의회가 분양가 할인과 계약해지 등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익형 상품의 분양이 연기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등 부작용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살얼음판을 겪고 있는데 미입주 사태가 현실화하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실수요가 많은 아파트보다 투자수요가 대부분인 수익형 상품들이 특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