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 그렇게 협치 강조하더니…정의당엔 '답정너' 요구한 민주당

현장에서

'김건희 특검법' 난색 표하자
정의당 당원 여론조사로 압박
강성층은 좌표 찍고 악플 공격

원종환 정치부 기자

< '답정너' : 답은 정해져있고 넌 대답만 해 >
“정의당 당원들의 70~80%가 김건희 특검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있다.”

지난 13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의당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에 찬성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중 특검법안을 처리하겠다며 정의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특검법안을 직회부하려면 정의당의 의석수(6석)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정의당이 특검에 난색을 보이자 민주당의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정의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자체 여론조사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자체 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자의 70%가 특검에 찬성했다”며 “정의당의 신중론은 협상을 위한 전략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홈페이지에 몰려가 비난 글을 대거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정의당을 상대로 ‘채찍과 당근’ 전략을 꺼내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비례 의석수 확대 등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 정의당 사정을 고려해 여론전을 통해 상대를 몰아세우면서 협조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민주당의 행태는 정의당을 사실상 ‘2중대’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과거에도 정의당의 협조가 필요할 때 협상보다 압박과 기만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위성정당 창당 논란 당시 일부 의원이 “정의당 당원들은 민주당 의견에 찬성하니 당원 투표를 하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2020년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는 ‘공정경제 3법’을 추진한 민주당이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협력을 끌어내려고 법안을 수정해 가결한 뒤 상임위 전체회의에 다시 기존 법안을 제출하는 일도 있었다.

민주당 일각에선 정의당에 대한 이 같은 압박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13일 K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과 협치나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막상 우리도 정의당과는 협치와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