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MZ "왜 우리만 임피? 생산직 편향 노조 싫다"

60년 노조문화 바꾸는 MZ세대
(3) 사무직 MZ의 반격

금호타이어, 격려금도 생산직만
사무직 불만에도 노조 침묵 일관
"불공정 민감…MZ노조 결성 이유"

사무직 의견 '소수'…힘 못 써
현대차 사무직, 교섭권 확보 실패
전문가 "권익 문제 장기적 접근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호타이어 사무직 직원 A씨는 회사 주류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신 신설 사무직 노조에 가입했다. 기성 노조가 사무직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7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사무직에만 적용하고, 2020년엔 ‘생산 품질 격려금’ 100만원을 생산직에만 지급하는 등 심각한 차별이 지속됐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사무직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지만 기존 노조는 이 문제에 입을 꾹 닫았다”며 “자포자기한 장년층 사무직과 달리 불공정에 민감한 MZ세대를 중심으로 노조가 결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사무직 외면 노조에 반감 커져

20~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무직이 기성 노조에 갖는 불만은 투쟁과 불법 파업 등의 노조 활동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사무직 근로자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40~50대 장년층과 생산직 근로자 입장만 대변하는 불공정성에 대한 반감도 뿌리 깊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직접 사무직 노조를 결성하는 MZ세대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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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불만 요소 중에서도 MZ세대 사무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는 공정성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무직 B씨(29)는 청소원 등 자회사 직원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노조의 주장에 고개를 젓는다. 그는 “MZ세대는 노력과 결과가 비례하는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노조가 ‘온정주의’에 호소하며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지만 사실은 조합비를 늘리려는 속셈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다수의 전횡에 가린 소수 노조

문제는 사무직 노동자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조차 생산직 노조 중심 회사에선 이들의 목소리가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 직종별 비중 추이에서 사무·서비스 직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2.5%에서 2010년 20.3%, 2020년 24.4%로 전체 4분의 1까지 늘었다. 반면 기능·기술직 직종은 2000년 57.5%에서 2020년 51.2%로 하락했다.한 노무 전문가는 “4분의 1인 사무직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무시되고 절반(생산직)의 목소리가 전체를 결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런 시스템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에선 2021년 4월 ‘현대자동차그룹 인재 존중 연구사무직 노조’가 출범했다.

현대케피코 직원이었던 이건우 위원장은 생산직 위주 교섭 탈피와 사무직 차등 보상 등을 내세웠다. 한때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 수가 5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세를 과시했던 사무직 노조였지만 ‘꽃길’을 걷진 못했다. 회사로서는 법적 교섭권을 쥐고 있는 생산직 중심의 기성 노조만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다. 민주노총에 가입하자는 주장으로 내분을 겪던 사무직 노조는 이 위원장이 회사를 떠나며 맥이 끊겼다.

○“장기적 이슈 선점해야 지속가능”

LG전자에선 기대치가 아직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1년 3월 탄생한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는 사무직 노조 열풍을 일으킨 새로운 발화점이 됐다. 노조를 이끈 유준환 위원장은 성과급 지급 기준이 깜깜이인 데다 임금협상 과정에서 기존 생산직 노조가 사무직군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않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와 마찬가지로 교섭단위 분리엔 실패했지만 조주완 LG전자 사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간담회를 하며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가다. 다만 교섭권이 없으면 장기적으로는 생존이 쉽지 않을 것이란 ‘한계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사무직 노조가 노조 문화의 새로운 길을 착근시키기 위해선 보너스 문제처럼 휘발성 높은 단기 이슈보다 더 장기적인 사안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쟁’보다 ‘이직’이 가까운 사무직군의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무직은 생산직에 비해 구직시장에서 비교적 이동 가능성이 높아 집단적인 노조 분위기에 반응할 유인이 없다”며 “근로자들의 권익 문제에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식/조봉민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