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년 맞는 '장학퀴즈'…그 뒤엔 반세기 후원한 SK 있었다
입력
수정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전국노래자랑보다 7년 더 오래 해SK그룹이 1973년부터 후원해 온 장학퀴즈가 오는 18일 50주년을 맞는다. 장학퀴즈는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MBC에서 1996년까지 방영된 뒤 종영됐으나, 이듬해 EBS가 부활시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EBS는 18일 오후 12시05분 ‘장학퀴즈 50주년 특집–인재의 비밀’을 방송한다. ‘50년 역사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이 콘셉트로 경기도 성남의 SK텔레콤 버추얼(Virtual)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최첨단 확장현실(eXtended Reality·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을 망라한 3차원 버추얼 영상기술) 기법으로 생생히 구현된 옛날 장학퀴즈 스튜디오에서 당시 출연자와 현재 출연자들이 50년 시공을 뛰어넘어 퀴즈대결을 펼치는 내용이 방송을 탈 예정이다.
총 2344회가 방영…출연자만 약 2만5000명
배우 송승환·가수 김광진·김동률·국회의원 김두관 등
오피니언 리더 배출
인재보국 위한 고(故) 최종현 회장의 시도
"장학생들은 SK 말고 더 좋은 회사 가라"
18년간 진행을 맡았던 차인태 전 아나운서와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등도 출연해 장학퀴즈 추억을 되짚고 시대에 따라 변화한 인재상을 소개한다.
최태원 회장은 특집방송 축사에서 “장학퀴즈는 미래 인재로 성장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문화코드가 되어왔다”며 “어느 때보다 변화의 파고가 높은 시대를 맞아, 청소년 여러분이 변화를 창조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미래를 앞서가는 주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장학퀴즈는 기록을 쏟아냈다. 1993년에 국내 최장수 TV프로그램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한국기록원도 50주년을 맞아 새로 최장수 인증을 보탰다. 전국노래자랑(KBS)이 7년 동생이다. 총 2344회가 방영됐는데, 출연자만 약 2만5000명, 방송시간은 2000시간에 달한다. 역대 출연자 중엔 배우 송승환, 가수 김광진·김동률, 국회의원 김두관, 영화감독 이규형, 방송앵커 한수진 등을 포함해 학계와 재계, 법조계, 의료계 등 사회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로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 차인태, 손석희, 원종배 등 남녀 아나운서만 33명이 거쳐갔다.SK는 장학퀴즈 후원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인재 양성에 나섰다. 고(故) 최종현 당시 선경그룹 선대회장의 인재보국(人才報國) 경영철학에 따라 서해개발(1972년)·한국고등교육재단(1974년)·최종현학술원(2019년) 설립 등으로 행동으로 이어져 왔다.
세계적 수준의 학자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설립된 재단은 학비뿐 아니라 생활비 일체를 제공하는 파격적 조건으로 젊은 인재들의 해외 유학 등 학업을 지원했다. 고 최 회장이 생전 '장학퀴즈' 장원 학생들을 데리고 정기적으로 식사를 하면서 "여러분은 대학 졸업 후 우리 회사에 오면 안 된다. 여러분 같은 인재들은 머리가 좋으니 더 좋은 회사로 가서 나라를 위해 일하라"고 당부한 일화는 유명하다. 실제로 장학퀴즈 출신 중 SK에 입사한 사례는 드물다고 한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한 1974년엔 석유파동으로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워지자 시내에서도 재단 설립 반대 의견이 나오자 고 최 회장은 사비를 털어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의 장학사업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상황에서도 지속돼 2021년까지 장학생 4000명과 820명의 박사를 배출했다.최태원 회장도 선친의 이같은 뜻을 이어받아 지식경영으로 발전시켰다. 최 회장이 구성원들의 통찰력을 키우고자 2017년 만든 이천포럼은 첫해 '지정학적 위기'라는 다소 낯선 개념을 다뤘다. 3년 뒤 코로나 대유행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문제가 지구촌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최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종현학술원도 2018년 설립 당시부터 지정학 리스크와 과학 혁신을 주요 의제로 다루며 글로벌 지식교류 플랫폼으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학술원이 매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하는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는 환태평양 지역 정·관·학계 인사들이 모여 국제 정세를 논의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최 회장이 백악관을 방문하고,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SK실트론 미국 사업장을 찾은 것도 그간 이런 학술활동을 통해 SK그룹이 힘을 쏟은 민간외교의 성과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최 회장은 2019년 AI(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구성원 역량 강화를 위해 일종의 '사내 대학'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는데, 이 발상이 '마이써니'를 탄생시켰다. 지금은 SK 내부를 넘어 국내 대학과도 강의를 공유하며 인재 양성을 지원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는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지식경영을 학술 영역에서 비즈니스 현업의 통찰력과 접목해 경쟁력 강화로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