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국방백서] 北 고중량탄도미사일 등 개발…3축체계 구체화

다양한 고체미사일…"ICBM 재진입기술 확인 필요·핵무기 소형화 상당수준"
SLBM 운용 잠수함은 개발 단계…장거리 지대지 순항미사일 개발 주력
전작권 '조기전환'→'조건에 기초한 전환' 수정…"전략자산 전개빈도·강도 증가"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해 발사할 미사일을 꾸준히 개발하면서 종류와 형태를 다양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국방부가 16일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정확성과 요격 회피 능력이 향상된 다양한 고체추진 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백서는 "북한은 작전 운용상 액체연료 추진 탄도미사일보다 유리한 고체연료 추진 탄도미사일을 2019년부터 개발해 시험발사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뢰도가 검증됐다고 자평한 북한판 이스칸데르형 전술유도탄을 기반으로 에이태큼스형, 고중량탄두형, 근거리형 등 다양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이스칸데르형은 KN-23, 에이태큼스형은 KN-24로 기존에 공개된 데 반해 '고중량탄두형'은 기존 미사일과 다른 신규 식별 기종으로 풀이된다.

고중량탄두형은 사거리 300∼1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분류되며 KN-23, KN-24, 초대형방사포(KN-25) 등과는 다른 기종이라고 국방부가 명시했다.

이 미사일은 '현무-5'로 알려져 탄두중량 8∼9t에 이르는 국군 고위력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이 개발 중이라고 군이 평가했다. 근거리형은 전술단거리탄도미사일(CRBM)로 분류되며, 북한 장사정포 갱도 진지 타격 목적의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과 유사한 형태라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백서는 "북한의 모든 ICBM 시험발사는 고각 발사로만 진행돼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사거리 비행 능력은 보여줬으나 정상 각도로 시험발사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등 핵심기술 확보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2020년 백서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최신 ICBM 화성-17형에 대한 표현이 이번에 추가됐다.

백서는 북한이 "2022년 2월부터 화성-17형 발사를 여러 차례 시도했고 11월에도 동해상으로 고각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육·해·공군과 구분되는 별도의 군종인 전략군 예하에 13개 미사일여단을 편성했다.

아울러 백서는 차륜형·궤도형·철도기동형·잠수함발사형 등 북한의 다양한 미사일 발사 플랫폼을 나열했고, 지난해 12월 있었던 초대형 방사포 군 인도 행사와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대형 고체모터 연소시험 등도 기술했다.

이런 부분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행사·시험 등을 공개했을 때 함께 알려졌던 내용이지만, 백서에 자세히 기록함으로써 북한의 미사일 개발 의지 및 위협을 자세히 알리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관련해 미사일 시험발사는 이뤄졌으나 SLBM을 운용할 수 있는 잠수함은 개발 단계에 있다고 평가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해서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은 2021년 이후 총 3회에 걸쳐 시험 발사하는 등 개발 중"이라고 분석했다.

군은 지난해 초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을 때 이 미사일이 극초음속은 아니라고 평가한 바 있다.

순항미사일의 경우 북한이 2000년대 초반부터 지대함 위주로 개발해 왔으며 이를 통해 축적한 기술로 장거리 지대지 순항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향후 개발이 완료된다면 우리에 대한 미사일 위협이 증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미사일들에 탑재될 때 위협 수준의 차원을 높일 핵탄두에 대해서는 "핵무기 소형화 능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는 2020년 백서와 같은 표현을 유지했다.

미사일들의 이름과 관련해 국방부는 화성 등 북한이 주장하는 명칭을 일단 사용하고, 북한이 발표하지 않은 무기체계는 이스칸데르형·에이태큼스형 등 식별이 용이하면서 유사 체계가 있는 명칭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의 이런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3축체계 능력 확보'를 6쪽 분량으로 설명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문재인 정부 시기 '핵·WMD 대응체계'로 불리며 지워졌던 명칭이다.

북한 핵·미사일 관련 지휘·발사·지원체계와 이동식발사차량(TEL) 등 핵심 표적을 탐지해 사용 징후가 명백한 경우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체계 구성 요소가 포함됐다.

킬체인과 관련해 현재 영상정보 획득을 위해 운용 중인 고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HUAV)를 비롯해 정찰위성,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MUAV), 초소형 위성체계 등 전력화가 진행 중인 사업들을 설명했다.

KAMD를 위해서는 원거리에서 순차적으로 방어해 요격 확률을 높이는 '복합 다층 방어개념'을 발전시키고, 우주 기반의 조기경보위성 체계 개발에 착수해 전력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미사일 조기탐지 능력 확보와 함께 탄도탄 방어 지휘통제 능력 강화를 위해 탄도탄작전통제소(KTMO-Cell) 성능 개량도 추진하며 '한국형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장사정포 요격체계 조기 전력화, 고출력 레이저 요격 무기체계 연구개발 등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KMPR과 관련해서는 고위력 미사일 추가 확보, 갱도 등을 타격할 수 있는 파괴 능력 강화, 정밀타격 능력 확보, 특수전 및 은밀 침투 능력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국방백서에 포함됐다.

지난해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공동성명에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점이 백서에 강조됐다.

2020년 백서에는 미국 전략자산 전개와 관련한 내용이 없었지만, 이번 백서는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라는 꼭지 글에서 지난해 전개 이력을 열거하고 "앞으로도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는 "조건에 기초한 추진"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2020년의 표현은 "조기 전환"이었다.

이번 백서는 "2022년 5월 한미 정상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군은 미측과 긴밀한 공조 하에 미래연합군사령부 임무수행 능력에 대한 3단계 평가 등 주요 과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2년 전 "군은 전환에 필요한 방위역량을 조기에 확충해 전환조건이 충족되는 시기에 전작권이 전환될 수 있도록 협의 절차를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과 온도 차가 확연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