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 미국인 절반 "언론매체 의도적으로 가짜뉴스 보도"

나이트재단·갤럽, 미국인 5천600명 조사…"언론 불신·반감 심각"

미국 국민의 절반은 전국적인 언론매체들이 대중이 특정 견해를 갖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전달하고 오도한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AP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대중의 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른 조사들을 뛰어넘어 이제는 많은 사람이 언론이 의도적으로 소비자를 속인다고 믿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고 AP는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 비영리 언론재단인 나이트재단과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작년 5월 31~7월 21일 18세 이상 미국인 5천5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이날 발표한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기간 자신에게 비판적인 주류 언론에 '가짜뉴스'라는 딱지를 붙이며 공개적으로 맹폭을 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일반적으로 전국적 언론매체들은 대부분 의도적으로 대중을 오도하고 가짜뉴스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말에 응답자의 50%가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은 25%였다.

또 '전국 매체들이 독자와 시청자, 청취자의 최선의 이익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말에는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가 52%, '매우 동의한다'가 23%였다. 갤럽의 새라 피오로니 컨설턴트는 "이 결과는 주류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반감이 저널리즘의 근간과 과정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언론인들이 투명성과 정확성을 강조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들의 보도가 대중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존 샌즈 나이트재단 미디어·민주주의 선임 국장은 "미국인들은 전국 매체들이 자신들의 보도가 미국 사회에 미치는 전반적 영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이 조사의 한가지 위안거리는 미국인들이 지역 매체를 더 신뢰한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매체에 대한 감정적 신뢰 여부 질문에서 전국 매체에 대한 응답은 '신뢰도가 높다'가 21%, '신뢰도가 낮다'가 41%로 나타난 반면, 지역 매체는 '신뢰도가 높다'가 44%, '신뢰도가 낮다'가 18%였다.

한편 스마트폰 등으로 뉴스를 즉각 확인할 수 있다거나 뉴스 주기가 빨라진 것, 뉴스 매체가 증가한 것 같은 환경 변화는 미국인들이 뉴스를 잘 파악하는 데 기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정보 과부하가 역효과를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1%는 그런 요소들이 꾸준히 정보를 얻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답했으며 정보 획득을 쉽게 해준다는 답은 37%에 불과했다.

정치 성향에 따른 언론에 대한 신뢰는 다른 조사 결과들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원이 공화당원보다 언론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주·공화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에서는 '보도의 정치적 편향이 매우 크다'는 응답이 55%로 2017년 조사(45%)보다 10%포인트 증가, 언론에 대한 불신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를 접하는 매체로는 온라인이 58%로 가장 많았고 TV 31%, 라디오 7%, 인쇄매체(신문·잡지) 3% 순이었다. Z세대(18~25세)에서는 온라인으로 뉴스를 얻는다는 응답이 88%로 월등히 높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