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붙어도 무한대기"…교대 자퇴, 5년새 4배 늘었다

장래희망 1위였던 교사, 이젠 기피직업으로

교대 13곳 중 11곳 정시 미달
수능 9등급, 1차 합격 사례도
자퇴 역대 최대, 재학생 20%↓
"서울교대 떠납니다" 5배 껑충
2023학년도 전국 교대·초등교육과 13곳의 정시모집 평균 경쟁률이 2 대 1로 최근 5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13곳 중 11곳은 사실상 미달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권 추락으로 교사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16일 수도권의 한 교대 정문. /허문찬 기자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서모씨(41)는 2004년 교사가 되기 위해 연세대를 자퇴하고 서울교대에 재입학했다. 그는 20년 전 결정을 후회한다고 했다.

“처음엔 교재도 직접 만들고 수업 연구한답시고 밤도 많이 새웠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어요. 선생님에게 대놓고 가운뎃손가락을 드는 학생까지 나오는데 제지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후배들이 열정만으로 교직을 선택한다면 솔직히 뜯어말리고 싶죠.”

서울교대마저…자퇴생 사상 최대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교사가 기피 직업으로 전락하면서 교육대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16일 종로학원 등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전국 10개 교대와 이화여대·제주대·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등 총 13곳의 정시모집 평균 경쟁률은 2 대 1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사이 최저치다.

한국교원대(5 대 1), 이화여대(3.9 대 1)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경쟁률이 3 대 1 미만으로 사실상 미달했다. 정시는 3곳까지 원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입시업계에선 경쟁률 3 대 1 미만을 미달로 간주한다.자퇴자도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1개 교대 재학생은 1만5091명으로 10년 전(1만8789명)보다 19.7% 줄었다. 같은 기간 교대 입학정원이 3800명대로 거의 같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 자퇴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6년 102명이었던 교대 중도탈락자(자퇴 미등록 유급 등)는 2021년 426명으로 5년 만에 네 배 넘게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국 교대 중 입학 성적이 가장 높은 서울교대마저 같은 기간 중도 탈락자가 11명에서 53명으로 다섯 배가량 늘었다. 입학 점수도 급락해 올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9등급을 받은 학생이 경인교대 정시 1차에 합격한 사례까지 나왔다.

임용 합격해도 15개월 기다려야

2000년대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외환위기 이후 직업 안정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교대의 입학 합격선은 수직상승했다. 요즘 ‘의치한약(의대·치대·한의대·약대)’이 부럽지 않을 만큼 인기를 끈 시절도 있었다.하지만 2010년대 들어 교권과 함께 교대의 위상도 추락하기 시작했다. 한 전직 교사는 “교실에서 문제 학생을 분리하는 조치도 인권침해나 아동 학대로 몰리다 보니 아예 훈육을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학생들로부터 성희롱이나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제지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학부모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일도 잦다.

학령인구 감소로 임용 적체가 심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올해 전국 시·도교육청은 공립초등학교 신규 교사로 3518명을 선발할 예정인데, 이는 2013학년(7387명)의 절반 수준이다. 가장 적체가 심한 서울에서는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까지 평균 1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교육계에선 교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2008년 제주대-제주교대 통합 이후에는 진척이 없다. 부산교대는 부산대와의 통합을 위해 2021년 양해각서(MOU)까지 맺었지만, 부산교대 동문과 학생들의 반발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대가 더 추락하지 않으려면 융복합 시대의 흐름에 도전적으로 맞서야 한다”며 “현재 교대는 교수 숫자가 너무 적고 과거 커리큘럼에 갇혀 있어 다양한 학문을 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예린/최만수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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