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판 NASA' 연봉 10억 파격 대우

우주항공청 급여 상한선 없애
2실 8국…임무별 조직 유연화
정부가 연내 설립을 앞둔 ‘한국판 NASA(미국 항공우주국)’ 우주항공청 직원 절반 이상을 국내외 민간 전문가로 채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연봉에 제한을 두지 않는 파격적인 우대 방안도 도입할 계획이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우주항공청 설립추진단(단장 최원호)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우주항공청 설립에 관한 특별법’ 초안을 마련했다.초안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청장과 차장 아래 총 2실 8국 32과 형태가 유력하다. 청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차관급 직위로 외국인에게도 문을 연다. 1실은 발사 실무, 2실은 연구개발을 담당한다. 1·2실에 각각 4개 국을 배치할 전망이다. 우주 개발 및 탐사 임무별로 유연한 운영을 위해 조직 구성의 재량권을 최대한 청장에게 부여할 방침이다.

유능한 박사급 엔지니어를 전문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급여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연봉 10억원 안팎의 ‘스타 과학자’가 정부 부처에서 일할 길이 처음 열린다.

정부조직법은 한 부처 전문임기제 공무원 수가 전체 인원의 20%를 넘지 못하게 제약하고 있다. 우주항공청 설립추진단은 우주항공청 구성원의 최소 50% 이상을 외부 석·박사급 전문가로 채우도록 하는 방안을 특별법에 담을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하는 추진단엔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 국방부, 기획재정부, 법제처, 산업통상자원부가 참여하고 있다. 연봉 상한 등 쟁점을 각 부처가 논의 중이다.

○초대 우주항공청장 외국인 될 수도

우주항공청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차관급 보직으로 결론 났다. 국내외 우주항공업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냈다고 평가받는 과학자, 전직 기업인 등을 초빙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초대 청장은 한국의 우주 개발과 미래 방위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국내외 전문가를 대상으로 공모 절차를 밟거나 별도의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 우주항공 분야 최고 전문가가 초대 청장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연봉에 상한도 없다. 억대 연봉을 받는 민간 우주항공업계 전문가를 채용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현재 공무원 임금체계에서는 전문임기제 공무원 연봉이 동일 호봉 공무원 임금의 1.5배를 넘지 못한다. 추진단 관계자는 “기재부와 인사처 등을 상대로 기존 공무원 급여로는 해외에서 잘나가는 전문가를 채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50% 이상 전문가 채운다

우주항공청은 내부 칸막이를 허문 ‘애자일 조직’으로 구성할 방침이다. 청장에게 조직 구성의 자율권을 최대한 부여하는 특례 조항이 법안에 담길 예정이다.

현재 정부 부처에서 실·국·과를 새로 만들기 위해선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한다. 법 개정 주무 부처인 행안부와 인사처는 과가 3개 이상 모이지 않으면 국 신설을 못 하게 하고 있다. 추진단은 임무에 맞게 팀을 구성하고 해체하는 등 유연하게 우주항공청을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첫 발사체 누리호, 첫 달 탐사선 다누리를 지난해 성공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향후 10~20년간 임무인 누리호 고도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심우주 탐사 등을 위해 최근 조직을 개편한 사례를 참고했다.다만 각 부처에서 이견이 커 추진단의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행안부 등은 “우주항공청장에게 예산과 조직에 대한 권한을 너무 많이 주는 것 아니냐”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시험을 작년 말 성공한 국방부는 과기정통부 장관이 독점하고 있는 우주발사체 발사 허가권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진원/이해성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