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년 맞은 '장학퀴즈'…"시대가 원하는 인재상 투영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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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수 TV 프로그램…50주년 특집방송 연출 맡은 이은정 PD
"점수 경쟁서 '동반 진출제' 도입 등 변화…인재 양성 가치는 영원" 50년 전 학교 명예를 걸고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정답'을 외치던 학생들이 지금은 여유롭게 MC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끼'를 분출한다. 반세기 동안 방송을 이어온 '장학퀴즈'는 국내 최장수 TV 프로그램으로 청소년 인재 양성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3년 2월 18일 선경 그룹(현 SK)의 지원으로 MBC에서 방송을 시작해 1997년부터는 EBS로 터를 옮겼다.
50년간 프로그램을 거쳐 간 학생만 2만명이 넘는다. 가수 김광진, 국회의원 김두관, 아나운서 한수진 등 학창 시절 '장학퀴즈'에 출연했던 유명인도 여럿이고 재계, 법조계, 의료계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가들도 수두룩하다.
'장학퀴즈' 50주년 특집방송 준비로 분주한 이은정 PD를 지난 13일 경기 고양시 일산 EBS 사옥에서 만났다.
이 PD는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청소년 프로그램이 50년간 명맥을 유지해온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인재를 키운다'는 공익적인 목표를 가진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장대한 역사를 지닌 '장학퀴즈'를 보면 시대가 요구해온 인재상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이 PD는 "70년대에는 국력을 키워야 하는 시대였다.
당시에는 공부를 잘해서 출세하고, 산업을 키워 나라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모범생'이 요구됐다"며 "80·90년대에는 산업뿐 아니라 문화적인 부분까지 관심 분야가 다양해졌고, 글로벌 인재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영어 문제도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대 들어서는 교과서적인 모든 지식을 다 알기보다는 어느 한 분야만 잘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전교 1등이 아닌 발명왕 같은 친구들도 출연했다"며 "최근에 나오는 친구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가능성을 잘 실현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출연자들의 자기소개만 봐도 시대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출연자들이 "서울대 진학을 희망합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면, 요즘 출연자들은 "금융법을 전공으로 하는 국제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명확한 꿈을 밝힌다.
이 PD는 "학교에서 누가 부러움을 사는 학생인지 보면 예전에는 전교 1등이었지만, 이제 공부를 잘하는 건 노래나 농구, 랩을 잘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어떤 한 분야를 잘하는 것"이라며 "요즘은 자기 개성을 잘 표현하는 친구들이 주목을 받고, 아이들은 그걸 서로 존중할 줄 안다"고 말했다.
'장학퀴즈' 역시 50년간 개인전, 팀전, 서바이벌제, 학교대항전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시대 변화를 반영하려고 노력해왔다.
과거 영어 단어를 맞추던 문제는 키워드 여러 개를 힌트로 답을 유추하는 문제로 변모했고, 출연자들을 지칭하던 '학생'이란 표현은 꿈을 가진 청소년 모두를 뜻하는 '드리머'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동반 진출제' 도입도 눈에 띄는 변화다.
정답을 맞힌 출연자가 다음 단계에 함께 진출할 다른 출연자를 선택하는 제도로 정답자가 직접 질문을 던지고, 다른 출연자들은 각각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으려 애를 쓴다.
퀴즈의 정답을 맞힐 때마다 점수를 부여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출연자가 우승하는 '점수 경쟁'에 변수를 도입한 것이다.
이 PD는 동반 진출제를 처음 도입할 때만 해도 내부 반발이 심했다고 했다.
우수한 학생을 가리는 프로그램의 원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상대를 설득하는 답변을 고민하는 것도 요즘 시대의 인재에게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여겨 도입하게 됐다고 했다.
"'장학퀴즈'는 세월이 지나면서 바뀌는 아이들이 바라보는 관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끊임없이 투영해왔어요.
머릿속에 얼마나 다양한 지식을 가졌는지 성적순으로 줄 세우던 방식은 아이들이 어떻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죠"
50주년 특집방송은 '장학퀴즈'가 지나온 이런 발자취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확장현실(XR) 기술을 활용해 꾸려진다.
생생하게 구현된 과거의 '장학퀴즈' 스튜디오에서 각 시대의 출연자와 현재 출연자가 세월을 뛰어넘은 세기의 퀴즈대결을 펼친다.
이 PD는 "이번 특집방송은 세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으면 했다"며 "아이들은 부모님 세대 때는 왜 치열하게 공부하고 살아왔는지를 이해하고,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 PD는 '장학퀴즈'의 인기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점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꼽았다.
그는 "지금 '장학퀴즈'의 주 시청자층은 프로그램에 대한 과거의 향수를 가진 40·50대다"라며 "유튜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에서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사람들, 특히 10대를 실시간 TV 앞에 앉혀놓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OTT든 메타버스든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나 예능적인 부분을 가미해 대중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시청률이나 상업성에 구애받지 않고,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장학퀴즈'의 인재 양성 가치는 변함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학퀴즈'는 매주 일요일 낮 12시 20분 EBS 1TV에서 방송되며, 50주년 특집방송은 프로그램이 방영된 지 꼭 50년을 맞는 18일 낮 12시 5분에 방송된다.
/연합뉴스
"점수 경쟁서 '동반 진출제' 도입 등 변화…인재 양성 가치는 영원" 50년 전 학교 명예를 걸고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정답'을 외치던 학생들이 지금은 여유롭게 MC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끼'를 분출한다. 반세기 동안 방송을 이어온 '장학퀴즈'는 국내 최장수 TV 프로그램으로 청소년 인재 양성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3년 2월 18일 선경 그룹(현 SK)의 지원으로 MBC에서 방송을 시작해 1997년부터는 EBS로 터를 옮겼다.
50년간 프로그램을 거쳐 간 학생만 2만명이 넘는다. 가수 김광진, 국회의원 김두관, 아나운서 한수진 등 학창 시절 '장학퀴즈'에 출연했던 유명인도 여럿이고 재계, 법조계, 의료계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가들도 수두룩하다.
'장학퀴즈' 50주년 특집방송 준비로 분주한 이은정 PD를 지난 13일 경기 고양시 일산 EBS 사옥에서 만났다.
이 PD는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청소년 프로그램이 50년간 명맥을 유지해온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인재를 키운다'는 공익적인 목표를 가진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장대한 역사를 지닌 '장학퀴즈'를 보면 시대가 요구해온 인재상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이 PD는 "70년대에는 국력을 키워야 하는 시대였다.
당시에는 공부를 잘해서 출세하고, 산업을 키워 나라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모범생'이 요구됐다"며 "80·90년대에는 산업뿐 아니라 문화적인 부분까지 관심 분야가 다양해졌고, 글로벌 인재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영어 문제도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대 들어서는 교과서적인 모든 지식을 다 알기보다는 어느 한 분야만 잘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전교 1등이 아닌 발명왕 같은 친구들도 출연했다"며 "최근에 나오는 친구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가능성을 잘 실현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출연자들의 자기소개만 봐도 시대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출연자들이 "서울대 진학을 희망합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면, 요즘 출연자들은 "금융법을 전공으로 하는 국제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명확한 꿈을 밝힌다.
이 PD는 "학교에서 누가 부러움을 사는 학생인지 보면 예전에는 전교 1등이었지만, 이제 공부를 잘하는 건 노래나 농구, 랩을 잘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어떤 한 분야를 잘하는 것"이라며 "요즘은 자기 개성을 잘 표현하는 친구들이 주목을 받고, 아이들은 그걸 서로 존중할 줄 안다"고 말했다.
'장학퀴즈' 역시 50년간 개인전, 팀전, 서바이벌제, 학교대항전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시대 변화를 반영하려고 노력해왔다.
과거 영어 단어를 맞추던 문제는 키워드 여러 개를 힌트로 답을 유추하는 문제로 변모했고, 출연자들을 지칭하던 '학생'이란 표현은 꿈을 가진 청소년 모두를 뜻하는 '드리머'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동반 진출제' 도입도 눈에 띄는 변화다.
정답을 맞힌 출연자가 다음 단계에 함께 진출할 다른 출연자를 선택하는 제도로 정답자가 직접 질문을 던지고, 다른 출연자들은 각각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으려 애를 쓴다.
퀴즈의 정답을 맞힐 때마다 점수를 부여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출연자가 우승하는 '점수 경쟁'에 변수를 도입한 것이다.
이 PD는 동반 진출제를 처음 도입할 때만 해도 내부 반발이 심했다고 했다.
우수한 학생을 가리는 프로그램의 원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상대를 설득하는 답변을 고민하는 것도 요즘 시대의 인재에게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여겨 도입하게 됐다고 했다.
"'장학퀴즈'는 세월이 지나면서 바뀌는 아이들이 바라보는 관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끊임없이 투영해왔어요.
머릿속에 얼마나 다양한 지식을 가졌는지 성적순으로 줄 세우던 방식은 아이들이 어떻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죠"
50주년 특집방송은 '장학퀴즈'가 지나온 이런 발자취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확장현실(XR) 기술을 활용해 꾸려진다.
생생하게 구현된 과거의 '장학퀴즈' 스튜디오에서 각 시대의 출연자와 현재 출연자가 세월을 뛰어넘은 세기의 퀴즈대결을 펼친다.
이 PD는 "이번 특집방송은 세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으면 했다"며 "아이들은 부모님 세대 때는 왜 치열하게 공부하고 살아왔는지를 이해하고,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 PD는 '장학퀴즈'의 인기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점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꼽았다.
그는 "지금 '장학퀴즈'의 주 시청자층은 프로그램에 대한 과거의 향수를 가진 40·50대다"라며 "유튜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에서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사람들, 특히 10대를 실시간 TV 앞에 앉혀놓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OTT든 메타버스든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나 예능적인 부분을 가미해 대중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시청률이나 상업성에 구애받지 않고,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장학퀴즈'의 인재 양성 가치는 변함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학퀴즈'는 매주 일요일 낮 12시 20분 EBS 1TV에서 방송되며, 50주년 특집방송은 프로그램이 방영된 지 꼭 50년을 맞는 18일 낮 12시 5분에 방송된다.
/연합뉴스